내 방구석 표류 1일 차
코로나로 일상이 무너져버린 2020년.
기대가 컸던 2020년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쉬워서,
이 녀석의 발목이라도 잡아볼까 싶어 카카오 프로젝트 100의 막차에 올라탔다.
브런치에 앞으로 써내려 갈 이야기는 ZEROHUNDRED님이 제안한 ‘내 방구석 100일 표류기’로 하루에 하나씩 내 방에서 발견한 물건이나 장면을 기록하는 것이 미션이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 막연함이 있었는데 이 소재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고, 100일 동안 꾸준한 글쓰기의 습관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먼지가 뽀얗게 앉아버린 필름 카메라였다.
누군가는 나의 아날로그적 취향을 마이너 하다고 말하기도 했더랬다.
내가 좋으면 됐지,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란 건 아니니까 참견은 놉!
사진이라는 결과물을 내어주는 모든 카메라를 좋아하지만, 유독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주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필름을 넣고 특유의 ‘찰~~카~ㄱ’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24컷 혹은 36컷을 찍은 후 사진관에 가서 현상하고, 필름에서 장면을 골라 사진으로 만들어 앨범에 끼우거나 스캔을 통해 디지털화해야 하는 그 번거로운 작업들을 좋아했다.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없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물에 실망하기도 했었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의 느림이 매력적이었다.
필름마다 가지는 고유의 색감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색감을 찾는 것도, 의도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않고 동글동글한 보케를 만드는 재미있었다. 물론 이제는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 것들이지만, 그 나름의 묘함까지는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아직도 즐기는 것 같고.
사진관들은 거의 사라지고 단종된 필름들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삐 흘러가는 시간 속에 오히려 오래되고 조금 느린 것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오래될수록 묘한 매력을 드러내기 때문일까? 오늘은 녀석 위에 내려앉은 뽀얀 먼지들을 털어주며 언젠가 또 녀석과 함께 ‘찰-카-ㄱ’ 거릴 날들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