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유부라이프 3

안녕, 콩알아.

by 쭈야씨


한바탕 상상임신 해프닝이 지나자 여자는 본격 한량라이프를 시작하게 된다.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뜨개질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무언가를 하고자 했지만, 그것이 무언 지는 여자도 잘 몰랐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일들은 너무 많았고

여자는 여전히 철들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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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평일의 카페를 좋아했다. 평일의 카페는 한가하면서도 초조한 묘한 느낌을 주곤 했다. 남자가 늦는 날엔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여자는 혼자 있는 집이 조금씩 쓸쓸했다. 항상 한량스럽게 잘 놀 수 있다고 자신했었는데... '집에 있으면 우울증에 걸릴 거라던 언젠가의 사주풀이가 맞아 떨어지는 건가!' 싶을 때면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주거니 받거니 한 잔 술과 함께 비워내는, 실없는 얘기도 투정도 쏟아낼 수 있는 그녀들과의 만남은 항상 즐거웠다.


그날은 유난히도 즐거웠고 술이 달았던 걸로 기억된다.

약속 장소로 가기 전, 여자는 혹시나 하는 맘으로 약국에서 테스트기를 구입했었다.

혹시나 하던 맘은 맥주에 소맥에 생맥에 사케로 다디달았던 술에 술술 말아먹었지만...

다음 날 아침, 용케 일어난 여자는 가방 속에서 잊혀졌던 테스트기를 꺼내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선명한 두줄...!!!

응? 이럴 리가!

나 어제 술 진탕 마셨는데??


문득, 어디선가 (임신인 줄) 모르고 먹은 건 다 괜찮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어제 술자리에서도 그리 말하면서 술을 마셨었다. 묘한 기분이었다.


남자에게 어서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사진을 찍어 메신저로 보냈다. 1이 사라지길 기다리며 두근두근...

남자가 어떤 기분일 지 궁금했다. 놀란 남자의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반응을 기대했다. 그러나 남자의 반응은 기대와 달리 차분했고 글로 읽는 남자의 말에 여자를 조금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내일 병원에 가보자는 남자에게 그러자고 대답했지만, 여자의 마음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묘하고 멍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삑삑 삑삑...
띠리리릭......
???


남자가 허둥지둥 집으로 왔다. 그런 남자를 본 여자는 안심이 되었다.

자발적 조퇴인지 선배아빠에게 등 떠밀린 조퇴인진 알 수 없었지만...

삼십오 년 동안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왠지 모를 두려움의 존재였던 산부인과를 여자는 남자와 함께 두근거리는 맘으로 향했다.


평일인데도 대기자가 그렇게나 많더라. 저출산이라던데 산부인과가 이렇게 붐비는 이유는 뭘까...

설렘과 두려움의 묘한 대기시간이 지나고 여자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간단한 질의를 끝낸 쌤이 초음파를 보겠다며 민망하고 요상한 의자에 앉으라고 했다. 아기를 낳을 때 까지도 익숙해지지 않던 그 의자에 앉아 초조한 시간이 흐른 후 쌤은 여자에게 임신을 확인과 함께 축하의 인사를 전해주었다. 간호사님은 급히 남자를 불러왔다.

남자가 진료실에 들어오자 여자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대부분 테스트기를 확인한 예비산모들은 4주 혹은 그 전에 산부인과에 방문하게 되어 첫 방문에는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러나 미련 곰탱이 같은 여자의 콩알만 한 아기는 벌써 7주! 첫 방문과 함께 아기의 심장소리도 듣게 된다.




쿵 쿵 쿵 쿵 쿵 쿵...


규칙적인 비트로 빠르게 쿵쿵하던 콩알만 한 녀석의 심장소리.

신기하고 꿈만 같던 그 찰나의 순간!!

묘한 감정에 휩싸인 여자와 남자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여자는 엄마가, 남자는 아빠가 되었고,

우리는 콩알만 한 아기에게 '콩알이'라는 태명을 지어주었다.

안녕, 콩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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