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인생 마지막 황금기???
밥이나 음식 냄새를 맡으면 욱 욱 거리면서 화장실로 후다닥....
드라마에서 항상 보던 입덧의 증상들,
그것은 꽤나 힘들고 괴로운 과정이라고 선배맘들은 말했다.
다행으로 여자는 그런 심한 입덧의 증상들은 경험할 수 없었고, 그저 평소보다 입맛이 없는 정도의 증상을 보였다. 임신 사실을 알기 전보다 오히려 살이 조금 빠진 것 같던 초기의 몇 주가 지나자 뒤이어 폭풍식욕이 찾아왔다.
고기를 먹거나 고기를 먹기도 했고 혹은 고기를 먹었다.
낮이나 밤이나 기승전 고기를 먹었는데 고기와 곁들여 먹던 맥주 혹은 소주를 먹을 수 없는 것은 너무너무 아쉬웠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다.
여자 인생의 마지막 황금기라고...
공주대접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니 마음껏 누리라고.
공주대접? 을 받으려면 공주처럼 예쁜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고, 매사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 미련 곰탱이로 지낸 7주가 차라리 이런저런 걱정 없이 편히 지냈던 것 같다. 할 수 없는 것도 먹을 수 없는 것들도 늘어만 갔다.
'어디에서 파는 그게 먹고 싶어'의 수준은 아니지만, 한참 귀찮을 밤중에 뭔가가 먹고 싶다며 남자의 등을 떠밀곤 했다. 남자는 불평 없이 그것의 셔틀이 되었다. 100을 잘하다가 1을 못해주면 구박을 받는 것이 이 때의 남자라던가. 그 1 때문에 평생 섭섭하단 얘길 들을 수 있으니 예비아빠들은 깨알 같은 일도 놓치지 말도록!! 예를 들면 감자탕이라던가 감자탕이라던지 감자탕 같은!!!
12주까지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하도 얘길 들어서 노심초사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심정으로 지냈다. 2주마다 병원 진료를 받다 보니 두렵기만 하던 산부인과 방문도 익숙해져 갔다. 12주가 지나고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병원 진료는 4주에 한번, 30주부터는 2주에 한번, 36주부터는 일주일에 한번으로 바뀐다.
2주마다 조금씩 자라 있는 콩알이를 만나는 일은 매우 설레었다. 작은 녀석이 주는 인체의 신비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4주마다 콩알이를 만나면서는 걱정이 늘어났다. 병원에 가지 않고서는 (태동이 있기 전까지) 콩알이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기에, 이 녀석이 과연 잘 지내고 있는 걸까? 혹시 뭔가 잘못 먹어서 아기한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면 어쩌지? 하며 사서 걱정을 하는 여자였다.
아기를 낳기까지 예비맘들은 얼마나 많은 설렘과 두려움을 만나게 되는지!
이 배가 내 똥배인지 콩알이를 위한 배인지 아리송하다가 16주쯤부터는 제법 배가 나오면서 당당히 노약자석을 이용하기도 하고, 자리를 양보받기도 했다. 어르신들의 눈치가 좀 보이긴 했지만...
티가 나든 안 나든 초기 임산부는 조심조심해야 하니까 자리양보를 부탁드립니다.
여자가 다닌 산부인과는 규정상 32주가 되어야 성별을 알려준다고 알려져있어서 여자와 남자는 콩알이의 성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특별한 징조가 있는 태몽을 꾼 것도 아니었고 남자아기라면 남자아기라서, 여자아기라면 여자아기라서 좋을 것 같았다. 가끔 남자는 여자가 생각지 못한 보수적인 발언으로 남자아기를 바라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지만... 어쨌든...
17주가 되었을 때, 여자와 남자는 의도하지 않았던 콩알이의 성별을 알게 된다. 초음파를 보던 주치의쌤이 성별을 알 수 있는 부분을 콕 집어주셨기 때문이다. ( 쌤의 입으로 왕자님이란 확인을 들은 건 32주가 되어서였다. )
누가 봐도 남자아기인 콩알이의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도 여자는 혹시 탯줄일 수도 있지 않냐고 의심을 했다. 그런 여자에게 남자는 없던 게 생길 수는 있지만 있던 게 없어지진 않을 거라고 말했다.
어디에 갈 때마다 어른들이 아들 배라고 말씀을 하시던데, 아들 배는 펑퍼짐하게 두리뭉실하고 딸배는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처럼 앞으로 똥그랗게 나온다고 한다. 예외의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맞는 것 같다. 사실 예쁜 과일보다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을 때도 아들인 건가? 하긴 했었다.
태교로 배냇저고리에 예쁘게 수를 놓고자 했다가 남아의 정체성을 지켜주겠다는 고정관념으로 러블리함은 과감히 포기했다. (라고 쓰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하지 못했다고 읽는다.) 태교가 중요하다고 해서 안 듣던 클래식도 듣고 이런저런 책도 샀지만 결국은 엄마가 즐거워야 아기도 즐겁다고 위안하며 다소 잔인한 영화도 보러 다니고 때마침 컴백해준 태지오빠님의 노래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콘서트를 가지 못한 것은 언제까지고 한으로 남을 것 같다.
본격적으로 배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막달쯤 되니 결국 배꼽이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배꼽이 참외배꼽이 되어가자 변해가는 몸을 보며 여자는 우울해졌다. 게다가 뭔가를 흘리면 배위에 떨어진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다.
철없는 남자는 그런 배꼽을 놀림감 삼아 예민해진 여자를 울게 했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몸으로...
여자의 마지막 황금기가 지나고 있다니,
이게 무슨 황금기란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