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매달린 여자 제5화

진실은 결국

by 우종진 변호사

마지막 공판기일의 아침,

법원 청사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전날 밤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원고를 쓰고

다시 읽고

고치고

또다시 읽었다.


할 수 있을까.


형사 변호사를 오래 해도

이 질문에는 항상 확신이 없다.

증거가 충분해도

판사가 어떻게 볼지는 모른다.

진실이 분명해도

그것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변호인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그 불안을 파일 안에 접어 넣었다.

그리고 문을 밀었다.



법정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피고인의 얼굴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마른 상태였다.

구금된 지 다섯 달.

그 시간이 얼굴에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처음 접견실에서 만났을 때

그의 눈에는 거의 체념이 있었다.

지금은 조심스러운 기대가 있었다.


재판장이 들어왔다.

"최종 의견을 듣겠습니다."


검사가 먼저 일어났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는 천천히 말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청각과 언어에 장애가 있는 사람입니다."

모니터에 창문에 매달린 여자의 사진이 나타났다.


"피해자는 창문에 매달린 상태로 구조되었습니다.

그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피해자는 일관되게 피고인의 범행을 진술했습니다."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잠시 침묵.

"그 진술에는 충분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피고인을

징역 20년에 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정이 잠시 조용해졌다.


20년.


나는 그 숫자를 듣는 순간 펜을 내려놓았다.

20년은

한 사람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들이었다.

피고인의 나이를 생각하면

사실상 전부에 가까웠다.


나는 피고인을 바라봤다.

그는 그 숫자를 들으면서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검사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재판장이 나를 바라봤다.

"변호인."


나는 천천히 일어났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법정 안을 한 번 둘러봤다.


"이 사건은 누군가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웠던 일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본 변호인 역시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분명

청각과 언어에 장애가 있는 사람입니다."

잠시 침묵.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재판장은 조용히 어딘가에 메모를 하며

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의 진술이

가볍게 무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진술이 검증 없이 사실로 받아들여져서도 안 됩니다."


법정이 완전히 조용해졌다.


"형사 재판은

사람의 지위를 판단하는 곳이 아닙니다.

증거를 판단하는 곳입니다."


나는 하나씩 꺼냈다.


"피해자는 여러 차례 도망치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CCTV에는 객실문이 열린 장면이 없습니다.

단 한 번도."


"피해자는 성관계가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감정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창문 열지 마."


나는 법정을 바라봤다.

"강간범이 이런 문자를 보낼까요."


법정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형사 재판에는 아주 오래된 원칙이 있습니다."

잠시 멈췄다.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


나는 파일을 내려놓았다.

"이 사건에는 그 증명이 없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은 유죄가 될 수 없습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최후변론이 끝난 뒤

재판장이 피고인을 바라봤다.


"피고인, 최후 진술 하시겠습니까."


피고인이 천천히 일어났다.

구금된 지 다섯 달이 지난 몸이었다.

하지만 그는 등을 폈다.


"저는…"

그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

"저는 피해자를 강간한 사실이 절대로 없습니다."


법정이 조용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검찰 조사에서도

저는 계속 같은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재판장님이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자리에 앉았다.


수사 단계에서는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던 말.

"너는 내가 반드시 죽여버린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같은 말을 해왔던 사람.

그 사람이 오늘 처음으로

법정에서 말을 했다.



선고는 몇 주 뒤였다.


법정 공기는 차가웠다.

재판장은 판결문을 펼쳤다.


나는 숨을 멈췄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재판장의 목소리는 낮고 천천히였다.

"…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하였다고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 어렵다."


잠시 침묵.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그 순간

피고인이 무너졌다.


조용히 우는 것이 아니었다.

대성통곡이었다.


법정 안에 그 울음이 가득 찼다.

어깨가 흔들렸다.

얼굴이 두 손에 묻혔다.

구금된 지 여섯 달.

그 몸 전체가

오래 참아온 무언가를 쏟아내고 있었다.


수사 단계에서 아무도 듣지 않았던 말이

마침내 법정에서 받아들여진 순간이었다.


다만 재판장은

이날 피고인에게 별도의 형도 선고했다.

카메라 촬영. 마약.

그 혐의들은 인정되었다.

무죄는 완전한 해방이 아니었다.


그리고

검사는 항소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본 작품은 상상력과 문학적 재구성을 바탕으로 창작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사건, 배경 등은 모두 소설적 표현을 위해 구성된 것이며, 실제 인물이나 실제 사건과의 유사성은 의도된 것이 아닙니다. - 이 작품은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인간관계와 사회적 상황을 소재로 삼아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실관계를 서술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 행동, 직업, 관계, 사건의 경과 등은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창작되거나 변형된 요소이며, 현실의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직접적으로 지칭하거나 재현하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독자분들은 본 작품을 사실 기록이 아닌 문학 작품으로서의 허구적 서사로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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