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그의 빛'(심윤경 작)

성수동 그리고 압구정동

by 훌훌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고

조금 희석되긴 했지만 아직도 그 인기는 시들지 않고 있다

새롭게 부상한 곳이 성수동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다

인기와 더불어 경제적 성공까지 이룬 연예인, 스타드업 젊은 기업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성수동에 많이 입주해 있다

작가는 한강변을 걷다가 성수동과 그 건너편 압구정동 아파트를 보게 되었고

두 지역 거주자의 특성을 캐릭터에 부여해 소설을 쓰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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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으로 돈을 번

한강 남쪽 오래된 부자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내부는 몇 억을 들여 최신식으로 리모델링 가능하지만

낡은 외관은 손댈 수 없으니 누수가 일어나고 소음에 시달린다

그래도 그들은 자기들만의 리그를 즐기며 거기를 벗어나지 않는다



주요 등장인물인 연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압구정 아파트를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다

그녀는 어디서든 독보적으로 빛나는 미모를 장착한 여대생으로

사촌언니가 활동하는 동아리 뒤풀이에서 개천에서 태어난 용,

재웅을 만나게 되고

그 둘은 첫눈에 반해 둘만의 도피행각으로 사라져 버린다.



섬머슴처럼 깎인 머리를 하고 떠나간 연인을 추억하던 연지는

그 후 압구정 아파트에 사는 광산업을 한 부자의 아들과 결혼하고

태환이라는 아들을 키우며 외도의 빠진 남편과 무의미한 나날을 전전한다

재웅은 군 제대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바이오산업에 뛰어든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바이오사업으로 번 돈을 '생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 IT 기업'이라 포장하고

비트 코인 사업에 뛰어든다

그가 바로 K-신화 제이 강이다.

성수동 초고층 펜트하우스에 살며 유명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파티를 연다

거기에서는 연지가 사는 강 건너 아파트의 초록색 샹들리에가 보인다

갤러리 같이 모던하게 장식한 펜트하우스에서 계단을 오르면

숨겨진 다락방이 있다

연지와 사랑의 도피를 떠나 살던 다락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그 방에서야

재웅은 잠에 들 수 있었다.



이 소설은 1990년 대학시절 맺은 인연을 모티브로

기업 간 중복 대출, 코인사업의 불확실성, 기업가의 비윤리적 행태

중요한 기술을 담보하지 않은 무리한 투자가 가져오는 위험성 등

현재 대한민국 곳곳에 퍼져있는 경제 불안 요소를 콕 짚어가며 주인공의 몰락을 보여준다



재회한 첫사랑이 불러온 부메랑은 엄청난 파국으로 되돌아온다

마약에 취한 빨간색 페라리를 몰았던 아들을 잃고

외도를 전전하던 남편은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선량한 남자흉내를 내며 울고 있다

K-바이오 신화를 쓴 사업가 제이 강의 비트코인 사업은 추락하고

여기에 투자하여 실패한 여러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갔지만

제이강은 여전히 살아남아 재도약을 꿈꾼다



다만 연지만 그날의 진실을 감춘 채 몰매 맞는 역할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연지는 그날의 구체적 삶의 진실을 말하는 대신

침묵으로 사람들 앞에 나선다

아무도 그녀의 침묵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고

보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대로 프레임을 만든다



감춰진 진실의 무덤은 나날이 늘어가며 세상을 잠식하고만 있다

위대한 그의 빛

차마 다가서기 어려워 반평생을 치열하게 살아 일궈낸 열매를 품고

다시 찾은 그 빛은

이제 만져지지 않는 그림자가 되어 저기 침묵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진실이 생명을 잃고 땅 속으로 들어갔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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