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by 훌훌

영화 '오펜하이머'에 이어 뒤늦게 남편 어깨너머 본 미니시리즈 '피키 블라인더스'


주인공 킬리언 머피의 푸른 눈동자에 푸욱 빠졌었다


툭 튀어나온 광대뼈 위로 커다랗게 그리고 깊게 자리한 그의 아이홀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긴 듯하다.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바로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크리스마스 가족행사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회를 보러 갈까 하다가


시네큐브에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보기로 낙점했다


세 식구는 먼저 출정하여 정동 주변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조금 일찍 퇴근한 나와 솥밥을 먹은 후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지극히 중대하고 어려운 일이다


라는 걸 역설적으로 표현한 영화 제목이며 책제목(클레어 키건 작)이기도 하다


실제로 수십 년 동안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막달레나 세탁소'의 인권유린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주변인들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았던 주인공 빌 펄롱(킬리언 머피)은


석탄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딸 다섯을 둔 아빠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어린아이를 보면 푼돈이라도 쥐여주고


차에 태워 집에 데려다주는 따스한 마음을 가졌기에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갔다가 우연히 목격한 장면 때문에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수녀원이 어린 여자들을 데려다 빨래를 시키고


체벌과 협박을 일삼는 걸 알면서도 마을 사람 모두 쉬쉬한다.


실제 하는 '막달레나 수녀원' '막달레나 세탁소'는 아이랜드 역사의 치부로 여겨지며


이는 가톨릭 역사에도 커다란 오점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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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면,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주인공 빌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어릴 적 엄마를 잃고 이웃의 도움으로 성장한 그는 체벌당하는 소녀를 외면하기 힘들다


수녀원에 비리를 고발하며 반하는 행동을 하는 순간 겪게 될 부당함과 경제적 어려움에


겁을 먹은 아내는 남편을 극구 말린다


수녀원장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빌에게 거액의 돈을 주며 그의 양심을 가리고자 한다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빌은 한밤중 수녀원으로 가서


석탄 창고에서 벌 받고 있는 상처투성이 가여운 소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수도원장의 회유와 압박에 굴하지 않고 불의에 저항을 하면


수도원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그 도시에서 살아갈 일이 까마득하지만


빌은 마침내 용기를 내어 피해자에게 손을 내민다


결코 사소할 수 없는 용기다




영화나 책을 접한 사람들은 아마도 나처럼


'나라면......'을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결코 사소하지 않은,


사소할 수 없는,


용기 있는 빌 펄롱들이 주변에 많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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