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차 캥거루 양육기

by 훌훌

5. 방심 중에 훅 날아온 펀치


어젯밤 톡으로 날아온 문자를 본 이후 마음이 울렁거린다

내가 끼고 있는 캥거루가 탈출할 수도 있구나

그런 계획을 세우고 있구나


상상력이 풍부하고

논리 벗어난 주장을 힘들어하며

매뉴얼에 따른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업무를 지양하는

우리 집 캥거루의 DNA

그래서 아직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떠돌며 간을 보고 있다


어젯밤 12시 다 되어 이제 좀 자야겠다 마음을 먹는데

톡이 연달아 날아온다

대만에서 문화예술행정을 공부하고

베를린으로 넘어가서 공부를 마치고 싶다고


나이 서른에 부모에게 손 벌릴 생각은 없고

차근차근 모으며 중국어를 공부하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힌다

2년전인가 대만에 가서 문화예술행정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다녀와서 한동안 대만에 푹 빠진 적이 있다


덧붙이길

엄마 아빠가 부양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돌아오겠다고


남편과 나는 이 캥거루가 언론대학원에 간다고 할 때

엉덩이 붙이고 앉아 공부할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학원에서 발행하는 온라인 매체 편집국장까지 하면서

꾸역꾸역 버티는 걸 보고

지가 좋아하는 건 공부도 가능한 캥거루구나 싶었다


과연 대만으로 떠날 수 있을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한국에 남아 다양한 커리어를 쌓는 게 더 낫다 생각하지만

물어보지도 않는데 조언이랍시고 얹을 수도 없다


캥거루도 다른 곳에 둥지를 트는 날이 오겠지 생각했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포부를 날리는 걸 보다니

뭔가 하려는 열정이 살아 있는 그 청춘이 싱그럽고

그 먼 길을 언제 갔다 오나 싶은 마음도 크다


인생은 선택이고

그 선택을 책임지는 삶이 어른이 되는 과정


캥거루라고 방심하면 안 되겠다

훅 튀어나갈 수도 있다는 여지를

마음 한 구석에 묻어 두련다


작가의 이전글황정은 '연년세세(年年歲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