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야케 쇼 감독
개봉한지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새 대부분의 극장에서는 내린 영화다.
2025년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미야케 쇼 감독 작품이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가족끼리 영화 연극 뮤지컬을 보고 있는데
가족 중 한 명이 가야 할 길을 떠난 후 남은 3인은 그래도 쭈욱 go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엔 매운 겉절이에 보쌈과 멸치다시 칼국수를 먹고 전 주에 예약한 따순기미 망고 케이크를 픽업했다. '여행과 나날'을 상영하는 영화관이 우리 동네에는 없어서 30k를 달려 명필름아트센터를 찾았다.
(주)엣나인필름
주인공 이(심은경)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의 한 장면 여름 바닷가가 화면으로 펼쳐진다. 삶에서 잠시 쉬어가고픈 청춘이 우연히 만나 겉도는 대화를 나눈다. 이가 작업한 시나리오 한 편이 지루하게 의미심장하게 흘러간다. 출입 금지 표지판을 무시하고 숲으로 숲으로 가는 여자는 터널을 지나 바다를 만난다. 감독은 뭘 말하고 싶은 걸까 머리 굴려가며 영화를 따라간다. 남녀는 늦여름 추워 보이는 바다를 헤엄치고 관객은 넘실거리는 파도 때문에 입술이 파랗게 질린다. 살아내기에 지치고 힘겨운 청춘의 조합이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평이 나쁘지는 않지만 스스로가 소진되었다 느끼는 각본가 이는 말에게서 멀어지고 싶어 여행에 나섰다. 하얀 공책, 짧은 연필, 스승이 남긴 낡은 사진기를 들고 자신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 속 마을을 돌아다닌다.
갑자기 사방천지 눈 쌓인 겨울로 넘어가고 하룻밤 재워줄 여관을 찾아간다. 너무 깊숙이 자리해 누구도 찾아가기 힘들 그곳엔 벤조(츠츠미 신이치)가 산다. 고립무원인 그의 삶을 겪어가며 이는 다시 각본 노트를 펼칠 힘을 얻는다.
등장인물이 열 명이 될까, 말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주인공의 마음이 반영된 것인지 대사도 많지 않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주인공이 되어 설국을 여행하고 있는 것 같다. 방 안에 있지만 입김이 그대로 나오는 추운 곳. 양동이에 담긴 잉어가 얼어버리는 그곳에서 이는 충만한 에너지를 얻는다. 감독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지 못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모습은 아마도 등장인물의 행태와 비슷할 것 같다. 한밤중 비단잉어를 가지러 떠나는 벤조의 마음은 너무나도 투명하게 보이고 벤조를 기다리는 이의 마음도 감이 잡힌다. 여행의 마침표를 찍을 때 쯤 이는 말한다.
"이렇게 즐거웠던 건 오랜만이에요"
영화를 보러 파주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가는 길, 자동차 화면에 엔진 모양의 주황색 표시가 뜬다. 역시...그냥 물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흘러가는 나날만 있을 수는 없지. 숙제를 안고 귀가하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지만 내일이면 또 해결책이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