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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Sep 19. 2022

미국에서 부동산 하락기에도 집값이 덜 떨어지는 지역은?


미국에 가면 초록 잔디밭이 있는 그림 같은 2층 집에서 살고 싶었다. 어쩌면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예쁜 주택에서 가족들과 바비큐도 해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아메리칸드림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미국에서 집을 살 때 그런 집을 사고 싶었었다. 

돌아보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후 바로 집을 샀던 일, 주택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덜컥 집을 사버렸던 일은 정말 후회되는 일이다. 집을 산다는 것이 어떤 프로세싱으로 진행되고, 어떤 점을 체크해야 하는 건지 아무것도 몰랐던 나와 남편은 회사 직원에게 리얼터를 소개받아 완전 ‘리얼터 의존형 고객’으로 집 쇼핑을 시작했었다.

소개받은 리얼터는 한국인 2세였다. 그의 한국어는 어눌했고, 나의 영어는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한국어로 집 보는 법에 대해 알려주었고, 가끔 설명이 어려운 부분은 소통하지 않은 채 그냥 넘어간 부분도 있던 것으로 회상한다. 그 때문에 나중에 살면서 혹은 어떤 부분은 집 팔 때가 되어서야 문제점들을 깨닫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집을 살 때 너무 많이 미흡했었기에 후회되는 점이 많다.


손수 잔디 깔고 앞으로 잔디 관리 잘하겠다는 다짐을 했던 힘들었던 날


그럼에도 집을 샀을 때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집을 산 ‘지역’이다. 가끔 Zillow 같은 미국 부동산 사이트에서 서칭을 하다 보면 로케이션, 로케이션, 로케이션!이라고 소개 문구 제일 첫 문장에 쓰인 집들이 있다. 그와 같이 나도 일단 ‘로케이션은’ 아니 ‘로케이션만’ 정했다. 내가 정한 로케이션은 오로지 ‘학군’에 따른 것이었다.


왜 학군이 미국에서 집 살 때 중요할까?

미국의 학교 배정은 철저히 주소에 따라 이루어진다. 어떤 특정 공립학교를 가려면 그 학교를 갈 수 있는 존(Zone)에 살아야 한다. 사립학교는 이와 상관없다. 하지만 공립학교 가운데 우수하다고 소문난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그 학교로 통학할 수 있는 위치에 집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어느 학군의 학교를 가기 위해서 그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학군이랑 주택 가격이 무슨 상관이 있기에 특정 유명 학군의 주택 가격은 부동산 하락기에도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일까?

사실 나는 단지 어느 지역의 학군이 좋아서 그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곳은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비쌌지만 학군이 좋으니 자식 세대가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감수하자 생각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 부동산 보유세를 낼 때가 왔다. 미국은 매 해 부동산 보유세를 부과한다. 이는 직전 매매가 이루어진 근처 부동산들의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다. 그리고 그 세율이 상당히 세다. 더군다나 그 지역 부동산 가격이 작년에 비해 올랐다면  내야 하는 세금도 따라서 오른다. 너무 비싼 세금에 화가 났다. 이 세금은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가. 알고 보니 세금의 상당 부분이 지역 학교 지원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내가 내는 세금이 학군을 더욱 좋게 만드는 데 공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공립학교라 사실 따로 부담하는 비용이 없었다. 스쿨버스도, 점심 급식도, 학교 수업료도 내지 않지만 이 학교는 주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좋은 교수진과 좋은 시설 그리고 좋은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이다. 그러니 세금을 수업료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세금 내기가 좀 편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생각을 하는 중국인, 인도인들이 많았다. 그들은 동네로 자꾸 이사 왔고, 또 오고 싶어 했다. 다시 말해 수요는 많았고,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동네 주택 수는 한정되어 있고, 늘어날 수 없다. 결국 주택 가격은 막강한 수요 세력으로 탄탄한 하방 경계선을 가지게 된다. 

또, 이 동네에 몇 년 살다 보니 매년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학력, 소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가? 동네의 범죄 발생률은 낮았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는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렇게 동네는 부익부 동네가 된다. 집 값이 비싸고, 안전하면서, 학군도 좋은 동네로 한 번 등극하면 앞의 사이클과 같은 굴레가 계속 돌아가면서 경기가 좋을 때는 더욱 비싸지고, 설사 나빠진다 하더라도 주택 가격은 덜 내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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