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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디 Sep 26. 2024

학군지에 대한 편견은

어른들이 더 많이 갖고 있는지도.

"딸이 이제 고등학교 들어가지? 어디로 갈 거야?"

"아이들이 이제 서울에서 학교 다니고 싶다고 해서 목동으로 가려고.."

"응? 목동? 애들이 거기를 어떻게 가?"

"어떻게 가냐니? 집 구하고 학교 티오 확인해서 배정받으면 되는데?"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알고 보니 지인의 질문은 그게 아니었다.

캘리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왜 학군지로 가냐는 의문이었다.


아이들의 초중등 기간을 제주와 미국에서 보낸 후, 귀국할 무렵 캘리네 가족은 어디로 갈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중,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웬디와 핸리는 서울로 가고 싶다고 했다. 제주에서의 6년을 워낙 재미있게 보냈던 터라 제주로 가고 싶지 않냐고 물었지만, 아이들은 미국에 있는 동안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넓은 세상과 다양한 친구들을 경험한 아이들에게는 제주가 좁게 느껴질 터였다.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주거지는 서울로 결정을 했고, 서울중에서도 캘리네 친정과 가깝고 학군과 주거 환경이 좋은 목동으로 결정을 했던 것이다. 캘리가 대학생일 때 주로 목동과 여의도에서 과외를 했었는데, 그때 느낀 주거환경과 학생들의 분위기가 참 좋다고 느꼈기에 결정이 어렵지는 않았다.


캘리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학군지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명문대 입시를 위한 공부를 시키려고 선택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신 등급 때문에 일부러 탈목동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굳이 내신 따기 어려운 학교를 갔겠는가)


학군지를 선택한 건 아이들의 의견이었다. 처음에는 대치동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작년 미국학교에서 만났던 몇몇의 한국 친구들 중에 대치동, 서초동에서 온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웬디말에 의하면 아이들이 너무 착하고 순수하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그런 친구들만 만났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나무가 많은 목동의 주거 분위기도 결정에 한몫을 했다. 공원도 잘 조성되어 있고, 도서관이나 교보문고, 알라딘, 책 쉼터 등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들이 도보권에 다 모여있다는 점도 좋았다.

목동 파리공원

예상한 대로 웬디와 핸리의 만족도는 높았다. 고등학교 입학을 한 웬디는 친구들이 각자 잘하는 게 너무 많아서 멋있다며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한다. 중2로 편입학을 한 핸리도 첫날부터 친구들이 잘 챙겨줬다며 다들 너무 착하다고 한다.


캘리 주변에서는 웬디와 핸리의 목동 입성에 대해서 은근히 걱정스러워했다. 사교육 한번 안 받아본 아이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거냐며 학교만 잘 다녀줘도 기특한 거라고 했다.

'여기가... 살아남아야 하는 곳인가?'

부모인 캘리보다 주변에서 더 걱정하는 듯했다.


학군지 학생들의 학업강도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사실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이곳에도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부모와 학생들이 있다. 오로지 입시만을 위해 학군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사교육 환경 조성이 잘 되어 있다고 해서 모두가 그 열풍에 휩쓸리는 것도 아니다. 학원에 안 다니고 본인 스타일대로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도 꽤 있다.


학생들이 학업에만 몰두한 나머지 과도한 경쟁으로 친구들 간의 분위기가 살벌할 것 같지만, 웬디가 얘기해 주는 반친구들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조는 친구들이 있으면 서로 깨워주는 분위기이고,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면 아는 친구들이 자세히 잘 가르쳐준다고 한다. 칭찬과 격려도 많고 인정할 건 멋지게 인정할 줄 아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캘리가 참관수업에 다녀와보고 느낀 분위기도 그랬다. 수업이 진행되는 50분 동안 수업태도도 너무 좋았고, 살짝 조는 짝꿍이 생기면 등을 두드려주며 깨워서 사탕을 건네기도 했다. 수업이 끝나자 바로 복습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학원 교재를 꺼내어 숙제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학부모들이 참관하는 수업이라서 조금 의식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평소 루틴으로 보였다. (수업에 참관한 부모님은 캘리를 포함해서 3명뿐이었기에 존재감도 거의 없었다.) 참관수업은 웬디가 꼭 와줬으면 해서 참석했는데 그 이유가 친구들을 소개해주고 싶었단다. 수업이 끝나고 웬디의 친구들이 인사를 했다. 다들 어찌나 예쁘고 예의도 바르던지.. 웬디가 어떤 부분에서 학교생활을 만족스럽게 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유독 웬디네 반 분위기가 좋은걸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외부에서 보는 만큼 무섭지(?) 않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공부를 잘하면 학군지로 이사하는 것을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두려워하는 것 같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편견과 오해가 더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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