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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디 May 05. 2024

우리는 미국식 교육을 하고 있었던 거야?

미국교육에 바로 적응한 아이들

 캘리와 폴은 주변의 반대와 걱정을 뒤로하고 아이들이 중1, 중3을 시작하는 시기에 미국행을 선택했다.

1년이지만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기간 동안 너무 학업에 매달리기보다는 여행도 많이 하고, 안 해봤던 것도 도전하고, 한국에서 배우기 어려운 것도 배워보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이들의 학업 성취에 관해서는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학교만 잘 적응하고 다녀주면 그걸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영어능력 향상이 목적도 아니었다. 웬디와 핸리가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고, 미국을 경험했으니 다른 나라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감사하게도 웬디와 핸리는 부족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공립학교에 잘 적응해 주었다. 선생님들은 친절했고 친구들은 전 세계 각지에서 온 듯 정말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었다. 한국 친구들도 몇 명 있었기에 외롭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아이들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한국친구들이 아예 없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아이들의 정서는 고려하지 않은 채 너무 목적만을 위한 선택 같다고 캘리는 생각했다. 안 그래도 낯선 문화 속 우월감 가득 차 있는 서양인들 사이에서 어른들도 괜스레 위축감이 들 때가 있는데, 아이들이 오직 영어공부를 위해서 참고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무게가 아닌가 싶다. 물론 성인이 되어 스스로 독한 마음먹고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 영어만을 위해 살다 오겠다. 하는 경우와는 다르겠지만.


웬디와 핸리는 제주에서 참여했던 오케스트라 활동 경험으로 미국학교에서도 음악활동을 이어나갔다. 웬디는 본인이 했던 플루트로 어드밴스드 반에 합류했고, 첼로를 했던 핸리는 다른 악기를 해보고 싶다며 비기너반으로 들어갔다. 열정적인 음악선생님 덕분에 한 학기 동안 공연도 4-5번이나 했다. 미국의 친구들과 어우러져 합주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특하고 대견했다.


수업을 따라가고 시험보는 과정도 어렵지 않게 해냈다. 우리나라는 한 학기에 중간, 기말로 평가를 끝내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매주 테스트를 했다. 그래서 범위도 벅차지 않았고, 복습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해야 했으므로 공부효율도 좋았다. 거의 모든 공부가 선행 없이도 성취가능한 수준이었다.

매주 테스트를 보았기 때문에 처음에 시험을 못 봤어도 한학기내내 얼마든지 성적 메이크업이 가능했다.


미국 학교에 다닌 지 한 달쯤 되었을까?

"엄마~ 나 오늘 본 히스토리 시험 다 맞았어!"

"응? 역사? 미국 역사 아냐?"

"어 맞아~"

"한국역사도 아니고 미국역사를 어떻게 다 맞았어! 무슨 일이야"

웬디는 자기만 만점 받았다며 미국친구들도 네가 왜 이 시험을 잘 보냐는 반응이었단다.

전날 밤늦게까지 번역기 돌려가며 공부하더니 시험결과가 좋았나 보다.

이날 이후로 웬디는 공부 잘하는 친구?로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이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는지 몰라도 다른 과목도 열심히 공부했다.

웬디는 한국에선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던 아이가 아니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선행을 통해서 이미 앞서 달리고 있었기에 출발선 자체가 달랐다. 그리고 사실 본인도 공부에 대한 절실함과 욕심이 없었다. 그런데 미국에서의 이 경험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이 되어 자연스럽게 공부욕심을 만들어줬다.


수학을 싫어했던 웬디는 미국에서의 수학공부는 좋아하게 되었다. 선생님들이 수학연산은 무조건 계산기를 이용하라고 했단다. 그리고 기본 원리를 익히는데 필요한 문제가 주를 이루었다. 우리나라처럼 변별력을 무기로 꼬아내거나 실수를 유도하는 문제 따위는 없다. 시간에 쫓기듯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건 더더욱 없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내면 선생님들의 폭풍칭찬이 쏟아졌다.

"엄마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건 줄 몰랐어"

"네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엄마도 몰랐어"


캘리가 아이들이 초등저학년일 때 수학학원을 안 보낸 이유가 이런 이유였다.

학원에서는 깊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문제를 빨리 풀어내는 온갖 기술을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기계적으로 문제를 푸는 건 그 나이대에 필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미국학교는 체육 교육에 진심인 것도 좋았다. 우리나라처럼 체력단련과는 거리가 먼 체육수업이 아니었다. 일주일에 3번, 2시간씩 주어진 체육시간에 1마일(약 1.6km) 달리기를 하고 각종 근력운동을 각자의 한계를 넘도록 시켜준다. 기초체력을 키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뒤, 각종 스포츠를 배운다. 달리다가 토하고 쓰러지는 애들도 있었단다. 그러면 한쪽에서 쉬게 하거나 구급차를 부른다고..;;

우리나라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미국의 모든 중학교가 이렇게 시키는 건 아니고 샌디에이고의 이 중학교가 유독 체육교육에 진심이라고 한다.

이렇게 거의 매일 체력단련을 하면서 웬디와 핸리의 체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엄마 한국에서 체육수업은 체육도 아니었어"

둘 다 공통적으로 한 말이었다.


자유로운 의견발표, 무한긍정 피드백, 시간에 쫓기지 않는 교육, 강도 높은 체육교육...

이런 교육시스템이 캘리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여보, 여기 교육 프로그램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다 반영되어 있네. 우리가 그동안 미국식 교육을 하고 있었던 거야?"


다들 미국에 1년 이상 있어야 한국 가기 싫어한다는데, 웬디와 핸리는 미국학교 다닌 지 한 달도 안돼서 너무 좋다며 계속 미국에서 학교 다니고 싶다고 했다. 이건 캘리와 폴도 예상 못한 전개였다. 지인 아이들은 몇 달이 지나도록 미국학교에 적응을 못해서 부모와 갈등이 생기기도 했고, 미국에서 1년 넘게 지냈어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다.

적응을 잘해준 건 너무 고맙고 다행인데, 한편으로는 1년 후에 돌아가야 하는데 어쩌지 싶기도 했다.

폴은 미국에 더 남아있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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