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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겸점심 Dec 16. 2018

글을 쓰는 당신에게

김중혁, 스티븐 킹의 창작론

미리 얘기하고 싶다. 나는 글을 오래 쓴 사람도 아니고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다. 브런치 작가에 합격한 지도 2달이 되지 않는다. (물론 합격한 거도 9할은 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글’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할 기회가 왔고 그것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내 글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부끄럽다. 발가벗겨지는 기분이다. 이것저것 숨기고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본인의 생각을 ‘자, 보거라!’하는 것이 편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브런치에 올라오는 다양한 글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글쓰기는 소수들의 전유물이 아니다.’이다. 글을 처음 쓰는 사람 중에 잘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유명한 작가들 중에서도 정작 본인이 쓴 글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글쓰기를 주저할 필요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글 자체를 시작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깜박이는 세로줄이 얼마나 잔인한지..) 이에 대해서 김중혁 소설가의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살펴보자.

무엇이든 쓰게 된다 - 김중혁 , 위즈덤하우스 p75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데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주같이 막막한 흰 종이, 혹은 흰 모니터에다 글자 하나를 찍어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난 이미 글렀다. 날 버리고 먼저 진격하시오. 최선을 다할 순 없으므로, 모든 글쓰기의 첫 문장은 대충 쓰는 게 좋다. 어차피 우리는 최선의 문장을 쓸 수 없다.


스코틀랜드 화가 폴 가드너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그림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다만 흥미로운 곳에서 멈출 뿐이다.’


김중혁 작가의 말대로 글쓰기는 멈추는 것이다. 글을 쓸 때 최고의 결과물을 기대하면 안 된다. 글쓰기는 흥미로운 곳에서 멈추는 것이다. 완벽하고자 해서도 안되고 완벽할 수도 없다. 그저 하고 싶은 말을 적당히 하고 나면 타이밍을 봐서 멈추는 것, 이것이 글쓰기가 아닐까.


종종 사람들이 물어본다. 왜 글을 쓰냐고. 여태껏 적절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스티븐 킹은 이런 말을 할 것이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보자.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 , 김영사 p334
글쓰기의 목적은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거나 데이트 상대를 구하거나 잠자리 파트너를 만나거나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 이 책의 일부분은(어쩌면 너무 많은 부분이) 내가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스티븐 킹이 글을 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물론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의 목적이 이렇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나 또한 이렇게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할 때 한 번쯤은 생각해보고 넘어갈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행복해지는 것. 이는 퇴근 후에 끄적이는 한 글자 두 글자가 만들어내는 기적이라고 믿는다. 퇴근 후 카페에서 노트북을 열고 헤드폰을 쓸 때 내다보는 밖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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