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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할배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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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재균 Apr 15. 2022

3할배투어 - 프롤로그

인생이라는 여정을 만들어가는 여행자

아주 오래전이다.


양재역 근처 카페 2층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뒤쪽 자리가 시끄럽다. 혹시 말다툼을 하고 있는지,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부산스럽다. 가만히 들어보니 장년들이 모여서 어제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기억에 없다는 것과 왜 취하기 전에 말리지 않았느냐 등의 시답잖은 얘기를 침을 튀기면서 서로 목청을 돋운다.   

   

얼굴을 보니 대낮인데도 얼굴이 불콰했고 등산복을 입고 금방 산에서 내려온 늙수그레한 노인들이다. 노인이라고 부르기에는 나이가 애매했지만 60대 초중반은 되어 보였다. 그 장면을 보고 나는 친구에게 “야, 우리는 저렇게 늙지 말자”라고 하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그 후 세월이 또 흘러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들과 산행을 하고 내려와 당구를 치고 난 후, 우연히 양재역의 같은 카페에 모였다. 친구들이 2층에 자리를 잡으면서 당구에서 승패를 갖고 왈가왈부하면서 조금씩 시끄러워졌다. 산행을 하면서 막걸리도 한잔 걸친 터라 친구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한참을 즐겁게 대화하고 있는데 왠지 주위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뭐지?' 하고는 나는 친구의 대화에서 떨어져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야 알아차렸다. 우리는 대단히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고 주위 젊은 여성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그중 누군가 한소리를 했다.


“조금 조용해주시면~”


순간 무안했다. 근데 그 순간에 오래전, 낯이 익은 장면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 약 10년 전, 같은 장소 같은 자리에서 있었던 해프닝의 주인공 할배들의 장면이 나와 친구의 모습으로 오버랩되면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예전 그 할배의 풍경이 어느듯 나의 모습이 되었다.

     



그렇게 민망했던 할배의 시간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나이듦에도 나다움을 잃지 않는 존엄과 나만의 세계를 지켜나갈  있을까? 나이 들수록 영감이 넘쳐나고 죽음의 순간까지 나답게 살아갈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와 당구를 하면서 시간을 죽이기보다는 일상의 단조로움과 권태에서 벗어나 친구와 함께 할 조금 더 창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없을까? 고민했다. 낯선 곳으로 여행하는 것이 그나마 적절한 대안이었다. 예전에 아내와 함께 전라도 함평의 오일장에 가서 어릴 때 먹던 밤과자, 상투과자로 불리는 것이 너무 맛있었고 먹거리 또한 다양하면서 싸고 음식 맛도 최고였다. 언젠가는 한 번 더 오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후 다시 가지 못하였는데 이제 코로나 팬데믹 덕분에 친구들과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작년 말부터 3명의 공군장교 동기생이 모여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전국의 오일장을 구경하고 그 고장의 사찰과 유적지도 함께 여행하는 문화탐방기다. 여행 모임의 이름은 <3할배투어>로 정했다. “삼프로TV_경제의 신과 함께"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때 텔레비전에서 여행을 주제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넘쳐났다. <1박 2일>를 비롯하여 <꽃보다 누나>, <꽃보다 할배>, <짠내투어>를 시작으로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으로 그 정점을 찍었다. 그 후, 여행사에서는 <꽃보다 할배>가 간 루트를 그대로 만들어 여행 상품을 출시하여 인기를 끌었다. 예능 프로그램을 여행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대중은 <꽃보다 누나>가 간 여행지를 똑같이 순례하면서 진정한 여행의 맛을 놓치고 여행 상품을 소비하기 바빴다. 연예인이 다녀간 장소와 식당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자신을 과시하고 자랑으로 채우려는 마음이 앞섰다. 연예인들의 여행길을 따라가거나 여행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여행이 아니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경험과 낯선 곳에서 새로운 생각과 사람을 만나면서 인식이 확장되는 경험을 전혀 하지 못한다.


<3할배투어>는 여행을 그냥 소비하지 말고 직접 계획하고 여행하고 그 여정을 글로 남겨 <브런치 매거진>을 만들어 남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3할배투어>는 느림의 미학을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면서 여행하고, 독자들도 느긋하게 시간을 갖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 양양, 홍천, 부안, 삼척, 단양, 여주의 오일장을 포함하여 공주 마곡사, 인천 신시모도 섬 여행, 동해 무릉계곡과 안목해변, 영주 부석사와 소수서원, 여주의 신륵사와 영릉 등 총 아홉 번을 다녀왔다. 오일장에서는 고장의 특산물과 식재료, 반찬거리를 사서 아내에게 갖다 바친다. 아내들도 이 모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여행을 다녀오고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이 사라져 버려 어디로 여행 갔는지도 헷갈릴 때가 있었다. 잊혀지는 기억을 글로 남기자. <3할배투어>가 다녔던 여행의 기억을 <브런치 매거진>으로 만들어 다른 이들이 다음에 국내 여행할 때 길라잡이가 될 수도 있다.      


벌써 기억에서 아스라이 사라져 버린 여행이 많다. 다행히 부안과 단양 시장을 갔던 <브런치 글>이 있어 이곳에 먼저 싣고 향후 여행을 할 때마다 연재할 계획이다. 여러분들도 ‘3할배’와 전국의 오일장과 유적지를 함께 여행하는 문화탐방을 권한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반환점을 돌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가는 여행자이다.


<3할배투어> 모토는
"여행을 소비하는 소비자에서 삶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생산자로~~".    


인간의 본질 속에는 창조의 기쁨을 누리는 씨앗이 이미 심어져 있다.

음식을 먹고 즐기기보다는 요리를 직접 하여 남에게 대접하고,

책을 읽고 즐기기보다는 직접 글을 써 책을 내고,

음악을 듣고 즐기기보다는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그림을 보고 즐기기보다는 직접 스케치라도 하고,

운동을 보고 즐기기보다는 직접 산행을 하고 걸으면서 창조의 기쁨을 누리기 원한다.


모두 소비에서 생산으로의 변화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능동적인 생산자 혹은 창조자로 변화하는 생을 살고자 한다. 자, 그럼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창조자로서 여정을 떠나보자. 너무 거창한가..? 다음 주 여행지는 함백산 만항재, 정암사와 정선 오일장이다.


여행은 단조로운 일상과의 이별이다.

낯섬과의 만남이다.

벌써 그 낯설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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