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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촌개구리 Aug 24. 2024

촌개구리의 삶 (22)

대화의 기술

몇 년 전 태풍으로 비가 억수로 내리던 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10층에 사는 초등학생과  한 시간 정도 갇힌 적이 있다.


학생은 엄마 심부름으로 쓰레기 버리고 오던 착한 친구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공포감에 두 다리를 떨고 있었다.


그래서 "고장 신고해서 지금 기사가 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라고 안심시키고 "좋아하는 것은 뭔지? 학교생활은 재밌는지?" 등등 공포감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그 친구와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되었다.


나는 엘리베이터 타면  모른 척하며 뻘쭘하게 서서 침묵의 시간을 보내는 게  좀 어색하다. 그래서 참을성 없는 내가 먼저 인사를 하게 되는데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물론 상대방이 먼저 인사를 하면 그날은

기분이 두배로 좋다.


특히 어린아이와 부모가 함께 타면 어린아이에게  칭찬으로 인사를 하는 편이다. "누가 사주셨는지 모자가 이쁘다. 신발이 참 멋지다" 등등


그러다 그 어린아이가 나를 보고 먼저 인사를 한 날은 천사를 만난 것처럼 기분이 너무 좋다.


우리나라 사람은 대부분 서양 사람들보다 인사와 대화가 좀 서투르다. 먼저 인사도 잘 안 하지만  초면에  나이, 고향, 직업 등 대부분 호구 조사하 공통점 찾기에 급급하다.


이보다는 "올여름 더워서 힘드셨죠" "요즘 산책하기 너무 좋죠" "강아지가 참 귀엽네요"라고 대화의 물꼬를 트면 자연스럽고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을 본 아내가 집에 오면 "밖에서는 그렇게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집에서는 왜 입 다물고 있냐"라고  잔소리한다.


이젠 집에서도 대화를  한다고 칭찬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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