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순재'를 기리며
쓸쓸한 가을비가 내리던 어제 91세 이순재 배우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부고 소식을 들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56년 연극으로 데뷔해 70년 가까운 연기인생을 꽃피우며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 영화, 연극을 통해 전 국민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내가 존경하는 배우가 떠나 슬펐다.
1991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최고시청률 64.9%를 기록할 정도로 대박이 났고 신혼이던 우리 부부도 주말이면 TV앞에 나란히 앉아 챙겨보던 추억이 있었다.
그 후 끊임없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 2006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기존의 근엄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야동 순재' 캐릭터로 다양한 계층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연기뿐 아니라 장르를 가리지 않고 2013년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는 특유의 체력과 의욕 넘치는 추진력으로 나이를 잊은 큰 형님다운 리더십과 열정을 보여주며 '직진 순재'라는 별명도 얻었다.
2021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골프 예능에 출연해 후배인 박근형, 백일섭, 임하룡과 함께 라운딩 하는데 서로 웃으며 농담도 해가며 샷이 잘되면 좋아하고 안되면 실망하는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골프를 통해 노년의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멋져 보여 나도 좋아하는 선후배님들과 80 넘어서도 건강하게 골프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좋아하는 배우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지만 이 세상 누구나 태어나면 가는 것이 인생이라 어쩔 수 없다. 꽃보다 할배에 출연했을 때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남겼는데 '직진순재'답게 작년까지 무대에서 직진하다 세상을 떠났다.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아서 어른 행세하고 대우나 받으려고 주저앉아 버리면 늙어버리는 거다. 아직도 한다고 하면, 하면 되는 거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쭉 가면 되는 거다. 이제 우리 나이쯤 되면은 언제 어떻게 될 수 있다는 건 잊어버리고 닥치면 닥치는 대로, 당장 나는 내 할 일이 있으니까. 그거 하다 보면 이제 끝내야 될 때가 올 거 아니냐 그럼 그때 끝내면 되는 거다."
흔들리는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교훈적인 이야기를 남겨주어 가슴에 담았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다 간 고인은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인생사용 설명서'를 쓴 김홍신 작가는 "매일매일 기적처럼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한 사람은 괴로움이 없고, 자유롭고, 건강한 사람이다. 인생은 정답이 없다. 명답을 찾아야 한다. 잘 놀다 가지 않으면 불법이다"라고 했다.
고인 덕분에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사진: 뉴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