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배우는 인생
골프는 집에서 혼자 할 수 없다. 반드시 밖으로 나가야 한다.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통상 네 명이 모여 서로를 '동반자'라 부르며, 인생의 축소판인 18홀을 돌다 보면 산도 넘고 개울도 건너 탁 트인 들판도 만난다.
골프장마다 코스 모양이 다르고 날씨도 계절마다 다르다. 시간대에 따라, 바람의 세기에 따라, 그리고 함께하는 동반자에 따라 모든 조건이 달라진다. 같은 구장에서 천 번, 만 번을 쳐도 과거와 현재가 똑같을 수 없는 것이 골프의 묘미다.
경우의 수가 바둑판보다 훨씬 복잡해 18홀 동안 벌어지는 일들이 무궁무진하고 변화무쌍해 지루할 틈이 없다. 더욱이 비슷한 실력을 가진 라이벌이 필드에서 만나는 상상만 해도 즐겁고 라운드 날짜만 잡혀도 마음이 설렌다.
18홀 곳곳에 지뢰밭처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OB, 해저드, 벙커 같은 난관에 빠졌을 때 그 누구도 직접 나서서 도와줄 수 없다. 티샷부터 퍼트까지 동반자나 캐디의 조언을 구할 수는 있지만, 결국 최종 판단과 선택은 오롯이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고독한 승부사'가 된다.
한 홀 한 홀 티박스에 올라갈 때마다 걱정과 두려움에 위축되기보다는 심호흡부터 하고 흥미진진하게 헤쳐 나가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황유민선수처럼 '닥공'도 멋있지만 때론 철저히 전략적으로 끊어가야 한다.
'골프는 멘털이 70%'라고들 한다. 동반자의 드라이버가 똑바로 멀리 나가면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천 원짜리 내기만 해도 소위 '유리 멘털'인 사람은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프로선수들도 우승을 다투는 결정적인 순간에 '새가슴'이 되어 짧은 버디퍼트를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골프선수들이 멘털 강화를 위해 별도로 코치를 두거나 명상이나 요가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보면 경기 내내 평정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운동이다.
나이가 들면 비거리가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골프는 거리가 전부가 아니다. 오랜 구력에서 나오는 노련함이 숏게임에서 빛을 발한다. 한마디로 '설거지'를 잘해야 스코어를 지킬 수 있다. 그래서 종종 연륜 있는 골퍼가 패기 넘치는 젊은이를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다.
최선을 다했지만 라이벌에게 통한의 패배를 겪더라도 다시 심기일전해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것이 골프다. 인생은 한 번 뿐이지만 골프는 새로운 마음으로 또 도전할 수 있어 좋다.
이토록 매력적인 운동이지만 10년, 20년을 쳐도 골프는 여전히 어렵다. 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인내하고 겸손한 자세로 유연성과 근육을 꾸준히 단련시키며 연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프로선수로 나갈 것 아니라면 적당히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 하수가 인기가 더 좋다.
골프는 돈과 권력이 있다고 정복하거나 완성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지지만 아무나 선택하지 않는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인생처럼 정답은 없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행복하고 너무 재밌어 한 번 빠지면 마약처럼 평생 끊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이제 4월이면 골프장에 푸른 잔디가 돋아나며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소중한 계절에, 좋은 사람들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샷을 날리고 ‘굿샷’, ‘나이스 퍼트’를 외치며 함께 웃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