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과 따듯한 물 한잔을 마시고 사과 한 알을 깨끗이 씻어 껍질 채 먹는 나만의 루틴을 10년 넘게 지키고 있는데 마트에 가면 요즘 사과값이 비싸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멀리 해외에서 날아온 바나나는 가격이 너무 착해 비교가 된다. 특히 동네 대형마트에서는 몇 년째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방문하면 꼭 사 온다.
너무나 가난해서 먹고살기 힘든 시절 부잣집 도련님이나 맛을 보았던 바나나를 어렸을 때 그렇게 먹고 싶었던 꿈의 과일이었는데 지금은 가장 흔한 과일이 되어 소중한 줄 잊고 있었다.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에서 러닝머신을 탈 때는 꼭 TV를 보면서 운동하는데 얼마 전 '극한직업' 필리핀 바나나 농장 편에서 바나나를 수확하는 과정을 보고 바나나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필리핀 남쪽 바나나 도시로 유명한 '다바오'에서 촬영한 프로그램으로 1년 내내 불볕더위와 씨름하며 바나나를 수확하는 노동자들이 바나나 20~30㎏을 어깨에 이고 수십 차례 나르기를 반복하며 고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바나나 운반에 쓰는 도구도 오로지 들것 모양의 ‘빠딩’과 움직이는 기구인 ‘롤러’가 전부다. 이 도구만을 가지고 3㎞ 떨어진 세척장까지 바나나를 옮긴다.
한 번에 1t에 이르는 바나나를 밀고 당기며 줄줄이 이어나가는데 위험하고 힘들다고 혼자 빠질 수도 없고 밀림 속에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잠시 휴식하는 동안 그 흔한 바나나도 그들에게는 비싼 상품이기에 간식으로 먹을 수 없다.
때론 가슴팍까지 차오르는 거센 물살을 헤치고 마지막 목적지인 대형 세척장으로 운반된 바나나는 깨끗하게 손질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으로 온종일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좋은 바나나를 골라내고 씻는다.
이렇게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15세 소년부터 68세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노동자들이 하루에 수확한 바나나가 13t으로 극한직업이 맞다고 생각했다. TV를 보는 내내 그들이 고생하며 흘린 땀과 눈물을 생각하니 앞으로 바나나를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먹지는 못하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바나나는 대표적인 후숙과일로 수확 후에도 숙성되며 바나나 껍질에 하나둘 생기는 갈색반점 즉 '슈가스폿'이 생길 때 최고의 당도에 이르러 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바나나에는 식이섬유, 칼륨, 마그네슘, 트립토판, 비타민 c 등이 풍부해 대표적인 브레인 식품이자 다이어트 식품으로 변비에도 좋고, 고혈압을 자극하는 나트륨의 체외배출을 도와 혈압상승을 막아 주고, 근육긴장 완화와 수면유도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특히 바나나의 트립토판은 행복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원료가 되어 바나나는 행복을 가져오는 과일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니 정말 가성비 최고의 과일이다.
어제 골프 치러 가서 전반을 마치고 간식으로 준비한 바나나를 내놓으며 동반자들에게 '극한직업'에서 본 내용을 설명하고 예전과 달리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바나나를 먹고 있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