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게 아니라 바보입니다.
우리나라에만 있고 순서가 바뀐 이상한 이벤트가 있다.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나의 평생 반려자가 되어 달라고 무릎을 꿇고 반지와 함께 청혼을 하는 이벤트 바로 프러포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지 결혼 날짜, 식장을 다 잡고 난 뒤에 남자들이 프러포즈를 한다. 아무리 봐도 순서가 이상하다. 결혼을 할 건데 결혼을 해달라고 청혼을 한다. 나 역시도 이건 잘못된 순서라고 생각했고, 지금의 와이프도 항상 강조했다.
“프러포즈의 순수한 의미는 결혼 승낙을 위한 의사 표시라고”
그래서 그랬는지 나는 프러포즈를 두 번이나 했다.
첫 번째 나의 프러포즈는 4년 전 호주 멜버른 유레카 스카이 타워 고층에서 했다, 듣기만 하면 참 로맨틱하게 들리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내가 바보 같았다.
연애할 때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호주 여행을 가는 거였다. 10년 전쯤 혼자서 호주 워킹비자로 2년 정도 일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왔던 기억이 있어서 꼭 다시 와이프랑 와야겠다고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와이프 친한 친구도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어서 겸사겸사 얼굴도 볼 겸 소중한 개인 연차도 5개나 소진하면서 프러포즈를 하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
여행 떠나기 며칠 전 점심시간을 쪼개서 프러포즈를 위한 반지도 샀었다. 이 반지 상자를 안 들키려고 캐리어 깊숙이 숨겨 놓았다. 프러포즈를 하기 전까지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난다. 항상 자기 전 몰래 캐리어 깊숙이 손을 넣고 잘 있나 한번 쓰담하고 잠에 들었다.
시드니 구경을 하고 멜버른으로 넘어가서 와이프 친구와 회포를 풀고 그다음 날 프러포즈를 하기 위한 유레카 타워로 올라갔다. 멋진 야경을 보면서 백팩에 넣어 뒀던 반지 상자를 몰래 등 뒤로 숨기고 멌있게 백 허그를 하면서 반지를 짠~하고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했다
“자기 나랑 결혼해 줄래?”
그다음 멋있는 말은 생각을 못 했다...... 나도 부끄럽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그냥 웃기만 했다. 보통 이런 분위기에서는 진심이 담긴 말을 전달하면서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생각을 하는데 나는 그게 없었다.
“응?”
“오빠 그게 다야? “ 더 할 말 없는 거야?”
그다음 와이프의 한 마디!
“오빠 이 반지는 커플링으로 생각할게~그리고 이건 프러포즈 아니니깐 다시 청혼해줘~!”
쉽게 이야기해서 까였다. 첫 번째 프러포즈는
첫 번째 실패를 발판 삼아 2년 뒤 두 번째 나의 프러포즈는 클래식하게 계획했다. 연애할 때 여행을 하면서 찍은 이쁜 사진들로 영상을 만들었고 영상 자막에 정성 어린 편지를 썼다. 그리고 차 트렁크 공간을 꽃으로 채웠다. 트렁크 문을 열면 영상이 바로 나오게끔 세팅을 해뒀다.
그날 회사에 일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트렁크 채울 꽃을 사러 갔다. 그날 데이트 못한다고 했고 다행히 그날 공연이 있어서 외 이프는 친구들과 힙합 공연을 보러 갔다. 와이프 친구들한테는 귀띔을 해줬다. 오늘이 d-day라고
공연이 끝나고 와이프 친구들과 헤어진 뒤 와이프를 픽업해서 집 앞에서 짠~ 멋지게 할 계획이었다. 지금은 처제 지만 그때는 와이프 여동생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집 앞 골목길에서 늦은 시간 인지 사람도 많이 없었고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와이프 여동생은 비디오 촬영을 했고 나는 차분하게 한 번의 실패가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 했다. 트렁크를 열었고 내가 만든 영상을 틀어줬다.
BGM 은 폴 킴 의 “모든 날 모든 순간” 이 잔잔히 나왔고 직접 쓴 영상 자막을 읽었다. 말로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글로 표현을 했다. 내 진심이 통했는지
이때 프러포즈받은 와이프랑 결혼 2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편지를 받거나 선물을 받으면 누구나 감동을 한다. 예상 밖의 선물이라서 더 감동일 수도 있겠지만 편지를 쓸 때나 선물을 고를 때 “그 순간만큼은 오직 그 사람만 생각을 하니깐” 더 감동으로 느껴지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한다.
글을 적으면서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감회가 새롭다.
모든 날 , 모든 순간 함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