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단순하다~
와이프랑 연애 초반에 우리 둘만의 추억을 간직하고자 사용했던 “커플릿” 어플을 보니 사귄 지 3307일이 지났다.
와이프와 나의 1일은 2012년 4월 7일이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려고 하는 봄에 만나서 9번의 봄을 같이 지내고 있다.
그때 당시 나는 31살 와이프는 23살. 그렇다 나는 도둑놈이다. 와이프가 본 나의 첫인상은 “뺀질뺀질하게 생긴 유학생” 느낌이었다고 한다. 반대로 나는 나의 이상형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나의 이상형은 애교 있고 귀여운 얼굴이 나의 이상형이었다.
우리의 첫 만남은 학교에서 만났다. 그때는 패기 넘치는 신입사원이었고 대학원을 가고 싶어서 학점을 따기 위해 학교를 통해 학점을 보충했어야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와이프는 나의 목적이랑 다르고 집에서 탈출하고 싶어서 학교에 다닌다고 했었다.
매일 출근해서 똑같은 업무를 반복하고 감정 소모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을 1년 차 사회초년생인 나한테는 이 야간학교가 나의 또 다른 탈출구였다. 학교에서 직장인에 대한 배려가 많아서 학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 새로운 무리에 속해서 동질감을 느끼고 뭔가를 배운다는 설렘이 굉장히 컸다.
중요한 회식이 아니면 눈치껏 칼퇴를 해서 수업에 참여했다. 앞으로 같이 배우게 될 학생들이고 하니 비상연락망을 서로 공유를 했다.
그때 와이프는 내 이름 옆에 있는 생년월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
83년생???
누구??
그게 나였다.
그 나이 때로 안 봐줘서 고맙긴 했다.
그때는 사회초년생이고 나름 관리를 많이 했었다. 지금은 얼굴이 아사리판이 되었지만....
깔끔하게 다니려고 노력했고 지금처럼 살도 많이 안 쪘을 때였다.
한 날은 내 앞에 있는 와이프가 다른 곳을 가리키면서 손가락질하는 손을 봤는데 너무 손이 예뻤다. 변태가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봤다.
목소리도 애교가 많이 섞여 있어서 처음에 오해를 많이 했다. 일부러 목소리를 저렇게 내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원래 그런 목소리였다.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고 난 뒤 수업이 끝나고 간단하게 술을 먹고 노래방으로 갔다. 와이프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혹시나 남자 친구가 있는지 궁금해서 노래방 바깥에 나와있는 와이프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술 먹고 늦게 들어가면 남자 친구가 걱정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사실은 대중교통 다 운행할 때였다.)
지금 생각해보니깐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너무 떠 보는 질문 같아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와이프는 “남자 친구 없어요”라고 대답을 했던 것 같았다.
한 시름 놓고 이제 마무리를 하고 각자 집에 가야 될 시간이었다. 나름 그 무리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아서 정리를 어느 정도 해야만 했었다.
나는 당시 빨간색 “프라이드” 차를 가지고 있어서 나랑 집이 같은 방향이 있으면 같이 태워주고 갈려고 했다.
대뜸 와이프가 “오빠 저 가는 방향이 같은 데 태워 주세요”라고 말했다. 흔쾌히 태워준다고 했고 , 차 안에 빵이 하나 있었는데 나는 안 먹는다 하고 빵을 집에 가서 먹으라고 줬었다.
집에 가서 와이프 카톡 프로필 사진을 봤는데 내가 준 빵과 같이 잘 먹겠다는 걸로 바꿔져 있었다.
그때 나는 이 가벼운 호의나 표현을 호감으로 받아들였고
“아 내가 그렇게 소름 끼치는 불호는 아니구나”라고 단단히 착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단순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와이프는 다른 뜻은 없었고 차 타고 편하게 집을 가고 싶어서 물어봤을 뿐이고 , 프로필 사진도 그냥 단순히 고마움의 표시였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첫 차 빨간색 “프라이드” 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고, 내 성격이 단순하지 않고 꼼꼼하고 의심이 많았다면.. 감히 결혼을 했을까 싶다.
이 세상 모든 남자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지만 “남자는 단순해서 이성의 호의를 호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호의를 오해 해 잘못 받아들여져서 낭패를 볼 수 있겠지만 나는 다행히 잘 풀려서 지금의 와이프랑 결혼할 수 있었다.
가끔은 단순한 생각이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글이 자꾸 산으로 가서 마무리를 뭘로 할까 생각하다가 뜬금없이 스티브 잡스 가 생각이 났다.
“단순한 것이 최고이며 , 최고는 단순하다”
Simple is the best. The best is sim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