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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화 Oct 26. 2021

죠르디는애벌레

나의 동생에게

<삶이 소중해서 쓰는 글>


"보라, 나는 너희들에게 위버멘시를 가르치노라!

위버멘시가 이 대지의 뜻이다. 너희들의 의지로 하여금 말하도록 하라. 위버멘시가 대지의 뜻이 되어야 한다고!"


니체는 언뜻 보면 슈퍼맨 같은 초인을 말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미래를 알 수 없더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의 삶을 지향했다.


나는 삶이 소중하다. 하루하루 사는 게 버겁기도 하고 병 증세로 괴롭기도 하다. 하지만 <찬실이는 복도 많지>와 같은 영화를 보면서 삶의 태도를 배운다. 하루에 일어나서 하고픈 일을 하는 삶을 살아야지. 나는 그런 면에서 보면 복이 많다.


이 사진은 뜬금없지만, 세탁기에서 물이 새길래 기사님에게 AS요청을 하면서 보낸 사진이다. 결국 기사님이 방법을 알려주셨고 나는 28000원을 날려먹지 않은 채 세탁기를 스스로 고쳤다. 나는 초인이 되려면 멀었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뿌듯하다.


엊그제는 세탁기를 고쳤으며 어제는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었고, 오늘은 직접 볶음밥을 해 먹었다. 이번 달은 배달비 지출이 거의 없다. 배달음식이 아닌 직접 해 먹은 음식으로 끼니를 채우고 있다.


요즘 동생이 선물해준 영어 문제집을 풀고 있다. 가끔 단어도 외우고 문장 해석도 한다. 이렇게 고등학교 시절을 복기하면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럽고 행복하다. 내 동생은 대견하다. 단순히 피로 맺어진 인연이기 때문이 아니라 동생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이 가득하다. 이는 모두 내가 지나온 시간과 부딪혔던 순간들 덕분이겠지.


나는 온몸에 문신이 새겨져 있다. 처음에는 살기 위해 새겼다. 자해를 하지 않으려고 새겼다. 엄마 아빠는 이를 보고 마음 아파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 이유를 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흔적조차 소중하다. 나의 치열했던 여름 같은 고민들과 한 때가 모여 나의 몸 일부가 되었다.


이런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비록 내용이 뒤죽박죽이지만 이 글을 읽는 모두를 사랑한다. 내가 글을 쓰고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게 해 준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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