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터 0화 인삿말

by 김목화

2025-1-31-화


눈이 많이 오는 날입니다. 이런 날이면 아무래도 저는 영화가 많이 생각나는 것 같아요. 물론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영화가 다들 있겠지만, 저에게 생각나는 영화는 <소공녀> 입니다. 소공녀는 전고운 감독님 버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제 최애 영화인데요. 거기서 나오는 대사중에서 “나는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한솔이 너만 있으면 돼.”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눈이 오는 날 특히 더 이 영화가 기억나는 이유는 연인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생각나고, 연애의 상황적 부분이 영화에서 맥이 잘 맞기 때문입니다. 눈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마지막 장면이 자이언티의 <눈>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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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등장인물은 가난한 웹툰작가 지망생 한솔과 집이 없어져서 이곳 저곳 떠돌게 되는 주인공 미소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자체는 더 많은 맥락을 포함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둘의 관계성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할게요. 영화의 후반부에서 한솔은 만화 그리기를 거의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 아주 먼 외국으로 떠납니다. 미소와 한솔은 나중에 꼭 만나기를 기약하는대요. 정작 한솔은 돌아왔지만, 집이 없어지고 휴대폰비를 내지 못한 미소와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한솔이와 미소의 경우를 봤을때, 한솔이처럼 문제 해결을 위해 떠나는 경우가 있고 미소처럼 같이 해결을 하자는 입장이 있죠. 물론 한솔이도 헤어짐을 바란 게 아니고 다시 만남을 기약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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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부분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했어요. 한솔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집을 떠나는 쪽이었지만, 미소는 그가 있는 것에 충분하다며 이야기를 합니다. 이 장면속에서 저는 제게 지니고 있는 한솔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전에 다양한 관계속에서 문제가 생기면 직접적 단절을 통해서 해결을 하고자 했습니다. 문제라고 말하면 거창해보이지만, 관계가 버거워서 단절을 선택했던 것 같네요. 이제 친구관계에서는 손절이고, 연인관계에서는 헤어짐을 택한 것이죠.


그 당시에는 제가 단순히 힘들어서 그랬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미숙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이제 무엇보다도 친구든 연인이든 제가 아파하는 모습이나 힘겨워하는 걸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에 차단을 한 거죠. ‘스스로를 스스로가 일으킬 수 있는 강인함이 있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간혹 들면서 끊겨진 관계에 대해서 감상에 젖을 때도 있네요. 저는 그렇기에 앞으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떻게하면 저에게 주어진 삶의 고통을 온전히 견딜 수 있는가를 연습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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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나 시련이 본인에게 닥쳤을때, 사람들이 빨리 해결되길 바라지만 실제로 불가능 한 영역이라 생각해요. 삶에서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생명력이, “우리가 빨리 좋은 사람이 될거야. 나는 되게 생명력이 넘치는 사람이 되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고 나의 단점들과 좋지 않은 면모를 없앨거야!”라고 해서 짜잔-하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실제로는 불가능하다는 거죠. 왜냐하면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본인이 그 생각에 얽매어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고로만 가능한 영역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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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일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관계적인 맥락에 있어서 저도 생명력이 엄청엄청 넘치고 강인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관계들에 있어서 후회하지만 앞으로 제 자신을 위해서 좀 더 노력하고 싶고, 더 나은 저를 기대를 하면서 노력하고 싶다는 의미였던 것 같네요.


눈이 많이 오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눈이 되게 많이 오는 지역에서 4-5년정도를 살았는데요. 눈이 오면 거의 눈에 갇혀 있었어서 그렇게 좋은 기억보다는 안좋은 기억이 더 비중이 큽니다. 그래서 그당시에 집에 오래 있었는데, 집에 있으면서 창밖의 눈오는 풍경을 멍하니 보며 우울하게 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눈이 되게 좋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시기의 격리의 여파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연상되는 촉발제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악몽같던 저의 기억을 새하얀 풍경이 다시 덮어주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눈은 제가 탄생한 계절의 상징이기도 하고 동시에 낭만이죠. 다층적인 기억을 주는 눈이라는 요소에 대해, 지금처럼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글을 쓰는 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늘 글을 갈무리 짓다보면 긍정적인 시각으로 끝맺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지니고 있는 긍정적 태도이기도 하고요. 또한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제 바램이기도 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구요.


눈길 조심하세요.




목화 드림.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