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aw n Life

두려움과 평화주의

by 장건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도(2000년대 초반) 학교는 싸움판이었다. 동년배들에 비해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싸움을 잘한다는 이유로 공포의 대상이었고 학교에서 큰 '권력'을 누렸다. 오로지 선천적인 힘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


변호사로서 재판업무를 수행하면서 싸움은 다시 일상이 되었다. 학창시절과 달라진 점은 신체조건이 아닌 언어라는 무기로 싸워야 한다는 점과, 어쩔 수 없이 내가 '플레이어'로 참전하여 승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학창시절 한번도 싸워본 적 없기 때문에 내가 평화를 사랑하고 싸움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군검사로 복무할 때까지도 내가 그저 관계를 중시하고 다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의뢰인을 대리하면서, 내가 평화를 사랑해서 싸우기를 싫어했던 것이 아니라, 지는게 두렵고 다치는게 공포스러웠기 때문에 싸우지 않았을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의뢰인은 인생을 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변호사를 찾기 때문에, 이제는 두렵다고 피할 수가 없다. 싸움에 임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준비가 철저하면 철저할수록 사건을 지배하며, 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든다(실제 결과가 어떻든 말이다).


겉으로는 비슷해보이나 평화를 사랑하는 것과 지는 게 두려운 것은 다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승'이 불가능할 때에는 철저한 준비로 두려움을 이기고 싸움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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