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리뷰

경청을 잘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기주 '말의 품격'-(1)

by 대니정

이번 글부터는 내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들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도서로 이기주 작가의 베스트셀러인 '말의 품격'을 들여다보고 싶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많은 분들이 이미 읽으셨으리라 생각된다. 나는 이 책을 3년 전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에 읽었고 최근에 한번 더 읽었다.


책을 반복해서 읽을 때의 좋은 점은 처음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 그리고 알고 있던 내용에 대한 더 깊은 이해, 이 두 가지인 것 같다.



좋은 내용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나에게 크게 와닿았던 것은,


"존중은 상대방을 향해 귀를 열어놓는 거야."


1장 '존중'에서 발췌한 이 문장이다. 이어서 작가는 '이청득심 (以聽得心)', '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자성어와 함께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그러므로 잘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어야만 한다. 상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의 말할 권리를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상대의 마음을 열어젖히는 열쇠를 손에 거머쥘 수 있다."


이 문장이 나에게 익숙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나의 엄마가 늘 내게 했던 말과 큰 틀에서 일치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엄마는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잘 들어라.", "니가 먼저 손해 보고 살아라."라고 나를 가르쳤다.


또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진학하게 된 대학의 교육 이념도 "손해 보더라도 정직하게 살아라.", "높아지기보다는 낮아져라." 였기 때문에 엄마의 애정 어린 잔소리와 일맥상통하였다.


저 말들에 진심으로 수긍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주입식 교육에 의한 세뇌를 당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시점부터는 실제로 내 사고방식이 저렇게 돼 버렸다.

말2.JPG 이청득심 from 뉴스프리존


위와 같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덕목은 다름 아닌 작가의 말처럼 '상대방을 향해 귀를 열어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사람들은 보통 말하는 것을 듣는 것보다 훨씬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외로움'을 지닌 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외로운 감정은 대부분 인간관계로부터 비롯된다.


단순히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뿐만 아니라 불화, 소통 부재 등도 외로움에 기인할 수 있고, 심지어는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졌음에도 여전히 외롭다고 느낄 수 있다.


현대인이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도 어쩌면 말을 함으로써 그 순간만큼은 그의 외로움을 극복해 보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좀 짠하다.


즉 말을 함으로써 자신이 그 상황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스스로에게 확인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말을 듣는 타인의 눈동자로부터 나란 존재가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확인받고 싶은 것이다.


외로움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어 기제라고 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보수적인 환경에서 큰 데다 부산 토박이라 그런지 말투 자체가 투박하고 짧다. 덕분에 오해를 자주 산다.


고등학교 때까지야 부산에 쭉 살았으니 상관없었지만 대학에 들어가면서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고부터는 '말투 좀 고쳐야 하나'라는 생각도 이따금씩 했었다.


하지만 이젠 생각이 좀 다르다. 현시대는 말을 하려는 사람은 많은 반면 말을 듣고자 하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즉 본인이 내뱉는 언어에 의해 상황이 통제되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으나 상대방에게 먼저 귀 기울이려 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이걸 깨닫고부터는 내가 말수가 적은 편이라는 사실에 오히려 감사함을 느낀다. 혹 나의 부주의한 언어로 누군가를 통제하려 들었을지 모를 상황이 비교적 적었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일종의 안도감이다.


말4.JPG from 네이버 블로그 'ultidea1'


오늘날 우리 사회는 어떻게든 말을 많이 하려는 사람 투성이다. 소위 '자기 PR (Public Relations)'의 시대라고 칭하며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만이 멋지고 능동적인 삶의 형태인 것 마냥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한편,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노력하지 않는 사람', '수동적인 사람'으로 치부하면서 이들에게 애정 어린 잔소리를 가장한 힐난을 보내고 은근슬쩍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시대상과 관계없이) 현재 내 인생의 목표는 'Good Talker'가 되기보다 'Good Listener'가 되는 것이다.


말 잘하는 사람은 충분히 많으니 나까지 그 'Another One'이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말수가 적은 나의 성격을 축복으로 여기고, 타인에게 먼저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Special One'이 되고 싶다.


2장 '경청'의 주제 문구를 되새기며 글을 맺고자 한다.


'상대는 당신의 입이 아니라 귀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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