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통령의 연설을 읽는 재미는 쏠쏠하다. 대통령의 입을 통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달되는 글인 만큼 최고 수준의 필력을 느낄 수 있다. 쟁쟁한 글쟁이들 (연설비서관)과 대통령이 함께 만들어내는 연설문은 정갈하고 간략적인 표현들로 이루어진다. 문 대통령 연설의 경우 개별 사례를 통해 청중의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내려 하는 특징이 있다. 감성적 표현들도 자주 보인다.
최고의 문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만드는 연설문은 그래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나의 연설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밤을 지새울까?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연설 발표 직전까지 원고를 수정하고 또 수정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2. 어제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두 번째로, 제주 4.3 사건 추모식에 참여했다. 12년 만에 첫 현직 대통령의 방문이었다. 그의 방문을 기사로 썼다. 현장에 있지는 못했지만, 추모사를 통해 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 하는지, 그는 4.3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느낄 수 있었다. 표현은 간결했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묵직했다. 4.3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는 이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보였다.
3. 잘 쓰인 연설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어제 문 대통령의 4.3 사건 추모사 또한 번역하는 재미가 있는 연설이었다.
4. 어제 기사에 번역한 문 대통령의 연설을 싣는다. 최대한 대통령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 영어를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70년 전 이곳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습니다.
Seventy years ago today in Jeju, innocent civilians were sacrificed in the name of ideology
이념이란 것을 알지 못해도 도둑 없고, 거지 없고, 대문도 없이 함께 행복할 수 있었던 죄 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습니다.
Even those who knew nothing about ideology, those who could live in a town free of thieves, beggars and leave their houses with doors unlocked were massacred not knowing what they had done wrong.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립니다.
“I bow my head in heart-felt apology as president for the suffering inflicted by state-orchestrated violence and express my deepest gratitude for the efforts by those.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There are those who still refuse the truth of the April 3 incident, who still view the April 3 incident through the distorted lens of worn-out ideology,” he said.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납니다. 우리 스스로도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To this day, the language of hatred and confrontation spurred by such worn-out ideology is still rampant in the country. From now on, we must look back on our painful history square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