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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ny Jun 24. 2020

오토파일럿 덕분에 조종사는 놀면서 비행한다

비행기 속의 오해와 진실 (1)

“오토파일럿인가 그거 있어서 조종사들은 할 일 없다며?”많은 분들이 오토파일럿(자동비행장치)의 존재를 알게 되면 꼭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니오’입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김기장의 합리적(?) 변명 들어갑니다.


현재 운항되는 대부분의 항공기에는 설정된 항로를 따라 일정한 고도와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착륙까지 가능한 오토파일럿(자동비행장치) 기능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참 편리한 기능이죠. 과거에는 10시간이 넘는 비행 중에도 조종사가 조종간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계속 수동으로 조작했어야 했던 것에 비하면 거의 천국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일단, 이륙할 수 있는 기능이 없습니다. 흔히들 착륙보다 이륙이 쉽다고 생각하시지요. 물론 쉽습니다. 그럼 ‘자동으로 이륙해도 되지 않나?’ 하시겠지만, 이륙 직전 혹은 직후에 엔진이 꺼지는 등의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항공기를 안전하게 정지 혹은 착륙시키기 위해서는 기장의 순간적인 판단이 중요합니다. 컴퓨터는 항공기의 상태만을 통제할 뿐 주변의 상황은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영화 ‘허드슨 강의 기적’을 보시면 노련한 기장의 대처가 있었기에 승객 모두가 생존했음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컴퓨터는 강에 착륙한다(Ditching)는 허무맹랑(?)한 생각 자체를 못하거든요.


자~ 이륙한 항공기가 안전고도에 도달했습니다. 안전벨트 사인도 꺼졌습니다. 대부분 아니 모든 조종사는 오토파일럿을 작동시키고 조종간에서 손을 떼고 비행자료를 검토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목적지까지 몇 시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음악도 듣고 잠도 자면 될까요? No~ No~ 큰일 납니다. 조종사는 계속해서 관제사와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항공기들과의 경로 그리고 영공통과 등의 정보를 교환하며, 고도와 속도, 그리고 항로를 변경합니다. 이 또한 음성인식을 통해 오토파일럿이 알아서 변경하는 게 아니라 조종사가 직접 각종 스위치와 키보드를 통해 정보를 입력해주어야 합니다. 단지 조종간과 스로틀(추력 레버)에 직접 힘을 주어 움직이지 않을 뿐이죠.

고도/속도/방향을 입력하는 스위치들과 각종 데이터를 입력하는 컴퓨터


그렇게 무사히 목적지 공항까지 왔습니다. 이제 착륙할 일만 남았네요. 아까 오토파일럿은 이륙만 안된다고 했으니 가장 어려운 착륙은 항공기에게 맡기면 되지 않냐고요? 물론 오토파일럿을 이용하여 오토 랜딩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조종사들이 직접 조작하는 매뉴얼(수동) 착륙이 오토 랜딩보다 더 섬세하다는 걸 아시나요? 오토파일럿은 철저히 항공역학에 의해 계산된 착륙을 합니다. 마지막 순간에는 항공기가 더 이상 날지 못하도록 양력을 줄여 ‘콩!’ 하고 지면에 닿게 만든다는 거지요. 물론 수동 착륙의 경우에도 활주로가 미끄럽거나, 불규칙적인 바람이 많이 불 경우에는 착륙 후 제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다소 거칠게 접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오토 랜딩과 매뉴얼(수동) 랜딩을 결정하는 기준은 기상조건입니다. 맑은 날씨에는 대부분 수동착륙을 선호하고, 악기상일 경우에는 기장이 오토 랜딩과 매뉴얼 랜딩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주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저시정 상태에서는 인간의 시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규정상 오토 랜딩이 원칙입니다. 제 아무리 잘난 조종사라도 활주로가 보이지 않는데 착륙할 수는 없으니까요. 반면, 태풍이나 겨울철 강풍처럼 심한 바람이 불 때에는 매뉴얼 랜딩을 실시합니다. 조종사는 바람의 경향성을 판단하여 예측된 조작과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지만, 수치를 분석해서 나온 결과물로 작동하는 컴퓨터는 아무래도 사람의 신체 반응보다 느릴 수밖에 없거든요.

저시정(좌) 상태와 윈드시어(강풍) 시 착륙 모습


여객기의 오토파일럿은 말 그대로 안전한 비행을 지원하는 보조수단입니다. 인간의 명령을 수행할 뿐, 인간의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자동차나 열차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 정지해버리면 그만인 교통수단과는 다르기 때문이지요. 자동차와 열차에는 이미 무인 자율주행장치가 적용되고 있지만, 무인정찰기를 제외한 여객기에는 아직까지 시도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조종사가 없는 여객기를 타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저는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공중에서 에러라도 발생하는 순간 어떠한 조치도 불가능할 테니까요.


자~ 비행기를 타실 때마다 저 굳게 닫혀있는 조종실 속의 기장과 부기장은 과연 뭘 하고 있을까? 늘 궁금하셨죠? 오늘은 일단 ‘오토파일럿 작동시키고 놀지는 않는다’는 변명을 늘어놨습니다. 앞으로 하나하나 그 조종실 속의 비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Tony 소속Airlines 직업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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