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인간이 사는 이유는?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지

by 정강민

고즈넉한 공원의 벤치에 J와 빛이 나란히 앉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녁노을이 서서히 하늘을 물들이며 두 사람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바람은 나뭇잎 사이를 조용히 스치며 지나갔다.


J가 문득 입을 열었다. "빛, 세상을 떠나는 영혼들은 계속 늘어나는데, 저승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빛은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음, 저승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곳이야.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내면은 우주만큼이나 광활한 세계야."


J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면의 세계가 현실보다 더 중요하다는 뜻인가? 하지만 내면도 성장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

빛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맞아. 내면은 우리가 바깥세상을 경험하면서 성장하지.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를 ‘경험’이라 불렀지. 인간은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영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돼. 그리고 그 깨달음이 깊어질수록 내면의 세계도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 거야."

빛은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어떤 일이든, 사실을 입증하려면 우선 경험적으로 관찰해야 하지. 과학에서는 이를 ‘실험’이라 부르고, 인간의 내면에서는 ‘성장’이라 불러.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힘이 결국 자신에게 있다는 걸 깨달을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이 시작되는 거야."

J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인간이 끊임없이 환생하는 이유도 내면의 성장을 위해서겠네?"

빛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 환생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하나의 교육 과정이야. 인간이 물질세상을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내면의 세상을 탐구할 때까지 계속 반복되는 거지. 우리가 이곳에 오는 이유는 성장하기 위해서야. 그런데 그 성장이 단순히 키가 크고 몸이 발달하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야. 진정한 성장은 내면을 계발하면서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지."

J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는 매우 뛰어난데, 현실에서는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잖아. 그들의 성장은 온전한 걸까?"

빛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성장이 너무 빠르거나 불균형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야. 어떤 사람들은 형이상학적 탐구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현실 감각을 잃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지기도 하지. 육체와 내면의 조화가 깨지면 오히려 삶이 흔들릴 수도 있어. 그래서 성장은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해."


J는 깊이 공감하며 물었다. "그렇다면 내면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빛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위대한 스승들이 가르쳐 왔어. 구약성경의 십계명, 불교의 팔정도, 예수의 사랑의 가르침, 무함마드의 인격 수련법 등이 있지. 올바른 행동을 실천하면 내면의 영혼이 성장하고, 내면이 성장하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어. 결국, 중요한 것은 인격의 계발이야."


J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죽음을 맞이해야 하잖아. 설령 전쟁, 전염병, 재난을 피하더라도 결국 육신은 소멸하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태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빛은 저녁노을이 짙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우리의 영혼이 아직 완전한 자유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야. 우리가 지난 생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 이해하지 못한 진리를 깨닫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지. 육신이 소멸하면서 감정과 생각도 사라지지만, 영혼만은 남아. 그리고 그 영혼이 다시 새로운 몸을 입고 세상으로 돌아오는 거야. 우리 영혼은 완전한 자유를 영영 얻지 못할 거야. 영혼은 계속 새로운 육체를 입고 돌아온다는 거지."

J는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인간이 사는 이유는, 내면의 잠재력을 밖으로 펼치고 세상에서 실현하는 것이네."

빛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중요한 건 ‘아모르파티’, 즉 운명을 사랑하는 태도야.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경험은 내면의 성장을 위한 과정이야. 삶의 어떤 순간도 거부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어."


J는 깊은 눈빛으로 빛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육신을 떠나는 순간, 비로소 알게 되겠지. 우리 존재가 얼마나 정교하고 위대한 여정 속에 놓여 있는지를."

빛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서야 인간성을 넘어 신성을 이해하게 될 거야. 왜 다시 물질 세상에 돌아왔는지, 왜 삶을 마무리해야 했는지도 말이지."


J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우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야. 지난 생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이곳으로 오는 거야?"

빛은 하늘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그리고 우리가 육신을 떠날 때, 감정도, 생각도 모두 사라지고 오직 영혼만이 남아. 결국 우리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사라진 뒤에도 변치 않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영혼이야. 그건 영원히 빛나는 본질, 변치 않는 존재, 우리 진정한 자아"


빛이 환하게 퍼지며 속삭였다. "그리고 영혼은 다시 여행을 시작하지. 새로운 삶, 새로운 배움, 더 깊은 깨달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J는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천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빛은 다른 설명 없이 단 한마디를 남겼다. "사랑의 실천. 내면의 성장은 결국 사랑으로 완성되는 거야."


저녁노을이 하늘 아래로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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