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구는 거대한 학교

by 정강민

두 사람은 큰 나무가 즐비하게 서 있는 길을 걸었다. 멀리 고즈넉한 절도 보였다. 낡은 벤치에 멈추었다. J는 휴지를 꺼내 벤치의 먼지를 닦았다. 말없이 빛을 쳐다보며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뭇잎 사이로 부드러운 햇살이 스며들었고, 바람은 잔잔하게 불어왔다. J는 초록 나뭇잎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색이 초록이었고, 특히 초록 나뭇잎을 무척 좋아했다. 집에 있는 식탁보도 큰 초록의 나뭇잎이 그려진 것이었다. J는 눈물이 맺혔고 생각에 잠긴 얼굴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빛, 종교가 정말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우리 엄마는 교회를 열심히 다녔거든.”

빛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종교는 단순히 사후에 보상이 있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할 수는 없어. 사람이 바뀌어야 해. 삶 속에서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종교도 의미를 잃게 되지.”


빛이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종교시설에 다닌다고 해서 자동으로 사후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야. 신앙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어야 하지. 올바르게 사는 방법은 현실 속에서 배워야 해.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이 물질 세상 외에 더 깊은 진리를 배울 곳이 정말 있을까?”

J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빛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네가 여기서 배운 것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만약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면, 우리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곳에서 쌓은 경험이 어디에도 쓰이지 않는다면, 왜 존재해야 할까?”

J는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인간이 다시 태어나야 하는 이유는 뭘까?”


빛이 천천히 답했다.
“카르마, 즉 원인과 결과의 법칙이 온전히 작용하려면 인간은 다시 태어날 수밖에 없어. 지구는 거대한 학교와 같아. 우리는 이곳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학생들이야. 만약 교과과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낙제한다면, 다시 돌아와 같은 수업을 들어야 하지 않겠니? 졸업할 때까지 계속 등교해야 하는 거야. 그것이 바로 인간의 삶이 설계된 방식이야.”

J는 빛의 말을 곱씹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가 한 번의 실수로 영원히 저주받는 건 옳지 않다는 거네.”

빛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어떤 철학자가 모른다고 해서 무지한 사람을 비난할 수 없듯이,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범죄에 노출된 사람이 잘못된 길을 걸었다고 해서 영원히 단죄 받아야 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들이 다시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그것이 과연 신의 뜻일까?”

J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
“결국 인간은 다시 태어나야만 해. 전생에서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고, 배움을 완성하기 위해서.”

빛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로 그거야. 그리고 인간의 영혼이 불멸하다는 것도 이와 연결되지.”


J가 흥미롭게 물었다.
“영혼 불멸이 합리적인 이유는 뭘까?”

빛이 조용히 답했다.
“인간은 단순한 육체가 아니야. 우리 안에는 육신을 초월하는 의식과 영혼이 존재해. 육체가 소멸한다고 해서 내면의 모든 것이 함께 사라진다는 증거는 없어.”

J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생명이 죽는다는 건 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빛이 고개를 저었다.
“만약 육체의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라면, 우리가 쌓아온 지혜와 배움은 모두 무의미해지고 말 거야. 우리의 경험과 깨달음이 단순히 허무로 돌아가야 한다면,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

J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환생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명확해지네.”

빛이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 환생은 인간을 두 가지 요소로 나눠서 바라보게 해. 일정한 수명을 가진 육체와, 그 안에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불멸의 영혼. 인간의 삶은 마치 육체라는 옷을 입고 살아가는 것과 같아. 시간이 지나 육체라는 옷이 낡아 떨어져도, 영혼은 그대로 존재하지.”


J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들의 경험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빛은 조용히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사 속에는 죽었다가 며칠 혹은 몇 주 후에 다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 그들은 하나같이 사후 세계를 경험했고, 그곳에서 본 것들은 놀랍도록 유사했어. 물론 완전히 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론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이들이 체험한 공통된 진실이 있다는 점이지.”

J는 한동안 말없이 생각하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세계의 영적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겠네.”

빛이 웃었다.
“맞아. 그들은 하나같이 인간이 육체와 영혼이라는 두 개의 몸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지. 인간은 신이 만든 최고의 걸작이야. 그런 존재가 단 80년의 짧은 삶을 살고,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그것이 과연 신의 의도일까? 아니면 영혼이 보존되어 다시 태어나도록 설계된 것이 더 합리적일까?”

J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아. 우리의 삶은 단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여정의 일부라는 거지?”


빛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바로 그거야.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야.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배워야 해.”

빛과 J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어나 다시 나뭇잎 사이로 빛이 비치는 길을 나란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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