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을 만든 이유가 80년간 불완전한 상태로 살다가기를 원해서일까?
두 사람은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J는 깊은 사색에 잠긴 표정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신이 인간을 창조한 이유가 고작 80년 남짓 불완전한 상태로 살다가 끝내는 것이었을까?”
빛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너의 의문은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이 품어왔던 질문이야. 그것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탐구로 이어지곤 하지. 어떤 계기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니?”
J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우리는 종종 하던 일을 다 끝내지도 못한 채 떠나잖아. 우리 엄마도 그렇고.”
J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극악한 범죄자도,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눈을 감는 선량한 사람도 결국 죽음 앞에서는 같아. 그런데 이렇게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모두 같은 종착점에 도달한다는 게 이해가 안 돼. 그리고 그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빛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네 질문은 네가 인간 존재의 목적을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야. 인간은 신의 계획 속에서 성장하도록 창조된 존재야. 하지만 만약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런 성취도 이루지 못한 채 짧은 생을 살다 사라진다면, 신의 계획은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J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만약 죽음으로 모든 게 끝난다면 신의 계획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돼. 자기가 왜 태어났는지조차 모른 채 허무하게 끝나는 거니까.”
빛은 잠시 고요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J,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 크고 작은 실수를 하며 배우고, 약간의 지식을 쌓으며 자신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다 떠나지. 그런데 단 한 번의 생으로 모든 것을 완성하는 사람은 과연 있을까? 세상에 완벽한 존재가 있다 해도, 대부분은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채 불완전한 상태로 떠나고 말지. 게다가 드물게 높은 도덕성과 영적 수준에 도달한 사람이 나타난다 해도, 사람들은 종종 그런 이들을 배척하거나 파괴하려 하지. 그리고 두려워하며 죽음으로 내몰지. 소크라테스나 예수 같은 위대한 인물들조차 결국 불완전한 상태로 세상을 떠났잖아. 이런 점에서 인간의 삶은 한 번의 여정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짧고도 불완전해.”
빛은 허공을 지그시 응시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소크라테스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본질은 어디로 갔을까? 아직 일을 다 끝내지 못한 채 성장의 여정을 멈춘다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일일까? 아니야, 다음이 있어야 합리적인 거야.”
빛은 조용히 한숨을 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삶을 통해 깊이 배우고 신중한 영혼으로 성장한 사람과, 아무런 생각 없이 일생을 낭비한 사람이 똑같이 몇십 년 만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 과연 공정할까? 평생 자신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며 태어날 때보다 나은 사람으로 성장했는데, 죽음으로 그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무의미해진다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J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영웅이든 악당이든 모두가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면, 삶의 의미는 사라져. 최소한 죽기 3개월 전에 모든 욕망을 다 부리고 나쁜 짓을 저지르겠다는 사람을 어떤 논리로 말릴 수 있을까? 아마 그에게 죽음 이후의 세계와 자신이 저지른 일의 결과가 영원히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겠지.”
빛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쌓아온 지혜와 선한 행위, 그리고 세상에 남긴 흔적들이 결국 삶을 이어가는 방식이 될 거야. 그것들은 다음 생의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는 생각 대신, 지금 이 순간이 더 큰 여정의 한 부분이라는 믿음을 가져봐. 그 믿음이 너를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들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빛은 천천히 일어서며 햇살 속으로 사라졌다. J는 남겨진 따뜻함을 느끼며 그대로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