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진리는 없다. 삶은 어리석은 동화일 뿐, 그래서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세상은 내가 틀렸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세상이야말로 내 눈에 전부 실수와 오류투성이다. 오류와 허위로 둔갑한 것들이야말로 진실이고, 진리와 신성으로 과장된 것들이야말로 진짜 오류다.
- 쇼펜하우어
이 문장은 자칫 세상을 향해 삿대질만 하는 패배자의 독백처럼 들릴 수 있다. 상처 입은 자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내뱉는 정신승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쇼펜하우어 눈에는 세상이 단단한 진리로 세워진 구조물이 아니라, 허위와 착각 위에 위태롭게 얹힌 무대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신성이라 부르며 떠받드는 것들 속에서 그는 균열을 보았고, 모두가 오류라며 손가락질하는 지점에서 오히려 숨겨진 진실의 그림자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냉소는 단순한 체념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 입은 자의 비겁한 합리화가 아니라, 허상을 걷어내고자 하는 집요한 시선이다. 세상이 옳다고 말하는 것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태도, 그 고독한 버팀이 오히려 묘하게 멋있다.
모두가 박수칠 때 침묵하고, 모두가 확신할 때 의심하는 사람. 그의 말은 패배의 변명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끝없는 질문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