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지 그 자리에서 해답을 구하려 하지 말라.

by 정강민

"움켜잡기보다는 쓰다듬을 줄 알아야 합니다. 목표를 향해 곧바로 직행하기보다는 먼 길로 돌아가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무슨 일이든지 그 자리에서 해답을 구하려 하지 마십시오."

- 법정스님 (한평생 몇 번이나 둥근달을 볼까)


우리의 마음은 좀처럼 위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갈 때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는 듯 느끼고, 문제의 답을 단숨에 찾아냈을 때 가슴이 시원해진다. 돌아가는 길은 패배처럼 보이고, 지체되는 시간은 낭비처럼 느껴진다.


여유가 좋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다만 그 ‘돌아가는 시간’이 견디기 어려울 뿐이다. 답이 당장 손에 잡히지 않을 때의 공백,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침묵은 때로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빠르게 나아갈 때 숙성은 덜 될지라도, 성취의 속도는 우리를 쉽게 흥분시키고 동기를 북돋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성숙은 속도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 멈추어 서서 숨을 고르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다시 한 걸음 내딛는 그 느린 리듬 속에서 사람은 깊어진다. 직선의 질주는 결과를 만들 수는 있어도, 원을 그리듯 도는 시간만이 깊이를 만든다.


결국 삶은 얼마나 빨리 도착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충분히 익었는가의 문제다. 그리고 익음은 언제나 서두르지 않는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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