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에 오르는 건 쉬울지 모르나 링 위에서 버티는 건

무지하게 어렵다.

by 정강민

무작정 걷습니다.

2시간 째입니다. 마스크를 썼지만 겨울바람이 느껴집니다.

‘난 왜 이렇게 걷고 있을까?’

겨울, 찬바람, 불빛 없는 거리, 모두 검은 외투에 마스크........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저 멀리서부터 비킵니다. 코로나도 그렇지만 그냥 혼자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삶에서 위험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데, 세상이 시시하게 느껴질 때입니다. 기존 목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또 한편에는 이런 생각이 올라옵니다. ‘게으름에 대한 핑계를 멋지게 되고 있구나!’

왜냐고 묻지 않는 삶, 계획하지 않는 삶, 돌아보지 않는 삶, 목적 없는 삶.... 이런 것들은 별로라고 말합니다. 근데 그냥 지금만 바라보는 삶이 더 나을 때가 있습니다.

“링에 오르는 건 쉬울지 모르나 링 위에서 버티는 건 무지하게 어렵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위안을 줍니다. 다음 말에 정신이 버쩍 듭니다. “우리의 임무는 살아남아서 나아가는 것이다!” 어둠이 내릴 때까지 갈고 닦아야 하는 게 우리 인생입니다.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제발 당신의 마음 밑바닥에 있는 미해결의 문제를 밀폐된 방이나 낯선 말로 쓰여진 책처럼 인내심을 갖고 사랑하고 성급히 대답을 찾으려 하지 마십시오.”

릴케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인데, 저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다음에 나오는 문장이 통쾌함과 더불어 깊이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그 대답을 갖고 살아보지 않았으므로 아무리 해도 그 해답이 주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가 경험하지 않았기에, 나에게 없기에 답을 쉽게 찾을 수 없으니 성급하지 말고 천천히 찾으라는 의미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우린 12월 25일에 투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