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2시 30분. 산책을 나간다. 두터운 옷, 모자, 귀마개. 마스크를 끼고 있지만 추운 기운이 콧속으로 쏙쏙 들어온다. 이 추운 겨울밤에 왜 걷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가로등 불빛도 듬성듬성. 주위가 깜깜하다. 대략 전방 20m 안에 있는 사물만이 확인가능하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꺼먼 뭔가가 움직인다. ‘나무가 흔들리나?’ ‘고양이인가?’ 검정물체는 점점 가까워 지는 것인지 멀어지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여전히 까맣다. 갓을 쓴 사람 같았다. TV드라마에서 봤던 저승사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순간 머리는 쭈뼛 섰다. 하지만 곧바로 ‘그래 날 데리고 갈려면 가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생에 대한 체념인지 모르겠지만 별로 두렵지 않았다.^^
나는 우측 벽쪽으로 붙어서 걷지 않았다. 오고 있는 저승사자의 정면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식별이 가능한 약 20미터 정도가 되어서야 그들이 저승사자가 아니란 것을 확인했다.^^ 검은 색 롱패딩과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두 사람이었다.
웃기게도....... 그들과 교차되는 순간, 두 사람이 더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은 나와 조금이라도 더 멀리 떨어지기 위해 좌측 벽쪽으로 바짝 붙었고, 두 사람은 서로 어깨를 밀착시킨 것처럼 바짝 붙어 걷는 모습이었다.^^
두려움이 없었다면 인류는 진작에 동물에게 먹혔거나, 절벽에서 떨어졌을 거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간들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았고 노력했다. 두려움으로 인류는 살아남았다.
실패의 두려움, 패배의 두려움, 자존심 상하는 두려움, 죽음의 두려움..........,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살고 싶었지만, 막연한 두려움으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나를 가로막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들과 싸울 태세가 되어 있다. 여전히 미약하지만.......
저승사자라고 생각했던 그들 앞으로 걸어가는 나의 똘끼를 보며 약간의 무모함도 느꼈고, 늘 도망 다니던 모습을 탈피한 것 같아 대견했다. 옳다면 두려울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