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고요(법정)
텅 빈 고요 (법정)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에 들어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텅 빈 공간 속에서
순수한 현재를 발견할 수 있음을.
성당과 모스크와 절간에
어떤 성스러움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텅 빈 현재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이 텅 빈 고요.
이런 텅 빈 현재와 고요 속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
아무것도 없어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아무도 없는 지하철 칸에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내 자신이 보였던 적이 있다. 텅 비었기에 나에게로 정신이 쏠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