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어젯밤 두 아들 녀석들과 국어 공부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제 고3이 된 둘째 녀석이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는데요. 한동안 형에게 국어를 배우다가 난생처음 학원에 나가 학원 강사 선생님의 수업을 들어 본 것이지요. 방학 동안에는 아무래도 생활이 풀어지니까 윈터 스쿨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해서 허락을 했던 터였거든요. 그런데 학원에서 선생님에게 수업을 들어보니 형에게 배우는 것보다 더 선명하고 확신에 차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형에게 상의를 해서 그 방식을 따라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고, 형 입장에서는 자신의 교수 방법에 자신이 좀 없다 보니 그럼 일단 그렇게 해보라는 식으로 결론을 낸 모양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약간 골치가 아팠지요. 큰 아이는 큰 아이 나름대로 자신의 교수 방법에 대해 자신이 떨어졌던 모양이고, 둘째는 둘째 대로 형이 가르치는 것에 대해 조금은 미심쩍었던 것 같았는데, 결국 큰 아이가 둘째 아이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 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에 명확한 해결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들을 불러서 토론을 해본 결과, 제가 내린 결론은 형의 방법이 지금 둘째의 목표에 맞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원 강사 선생님의 방법은 아무래도 기본기가 부족한, 등급이 매우 낮은 학생들에게 적합한 방법이었거든요. 좀 더 선명하지만 성적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는 올라가기 어려운 나름의 한계가 있는 방법이랄까요. 반면에 큰 녀석의 방식은 좀 벙벙하게 보이지만 성적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그걸 설명해 주었더니 둘째는 금방 수긍하더군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형에게 배우는 방식을 따르는 것이 좋겠다고 시원하게 결론을 내리고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잠들고 저는 아이들에게 해 줄 조언을 생각했습니다. 둘째가 이런 질문을 던졌거든요.
‘아빠, 그러면 학원 선생님의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형을 따르기로 한 이상, 그 수업은 모두 버려야 하는 것인가요?’
그에 대해 저는 짧게 대답했었거든요.
‘중심을 잘 잡은 상태로 학원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방법 중 장점을 취합하면 된다.’
밤이 늦어지는 바람에 그 정도 이야기를 하고 끝냈는데,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저는 부르스리, 우리식으로 이소룡이라 불리는 무술가가 사용했던 고효율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부르스리가 절권도라는 무술을 창안했던 방식으로 아이들이 자신만의 고효율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면 그게 꼭 수능 시험이 아니라 인생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지요. 부르스리는 ‘효율성’이라는 목표 아래 가장 좋은 것들을 취합했습니다. 일종의 베끼기입니다. 다만 그것을 베끼기라고 사람들이 폄하하지 않는 이유는 부르스리만의 어떤 철학 하에서 정말 가장 필요한 것들만을 가져다 조합했기 때문입니다.
펜싱의 스텝과 찌르기를 가져다가 절권도의 펀치와 스텝에 접목시켜 놀랍도록 빠른 공격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를 위해 다른 무술들과는 다르게 자신이 주로 쓰는 손을 앞쪽으로 내미는 전략을 수립했지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주된 주먹을 뒤쪽으로 두는데 말이지요. 아울러 복싱의 잽과 훅을 도입했습니다. 복싱이 가장 실전적인 주먹 사용법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면서 발차기에서는 파워가 강한 태권도의 옆차기를 도입했습니다. 부르스리 영화에서 수많은 사람을 나가떨어지게 하던 바로 그 옆차기는 태권도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레슬링과 같은 그래플링 기술 역시 도입했습니다. 용쟁호투의 맨 앞 장면에 보면 이소룡과 홍금보가 연습 대련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지금의 UFC 경기 장면과 매우 유사합니다. 각 무술의 가장 효율적인 부분들을 취해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격투법인 절권도를 만드는 부르스리의 방식은 특정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할 때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인 듯합니다.
우리는 부르스리의 절권도 같은 제품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스티브잡스의 아이폰입니다. 아이폰에 도입된 기술 중에서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엄청나게 혁신적인 기술을 애플에서 만든 것은 없습니다. 스티브잡스와 애플은 세상에 있는 기술들 중에서 아이폰에 도입할 만한 것들을 선별하고 그걸 하나의 기기에 응축해 넣었을 뿐이지요. 그 제품이 세상을 매혹시키고 세상을 스마트폰 시대로 이끌었습니다. 스티브잡스가 직원들에게 해적이 되자고 천명한 것은 아마도 부르스리의 절권도를 만드는 방식과 그 이유가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천재들이 고민해서 만들어놓은 기가 막힌 아이디어들을 사람들을 매혹시킬 제품을 만들겠다는 정신 아래 멋지게 조합해 내는 것, 그게 스티브잡스의 방식이었으니까요.
저는 아이들이 부르스리와 스티브잡스의 방식을 배우길 바랐습니다. 목표를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하나의 철학을 바탕으로 수많은 대상들의 장점을 검토해 취사 도입하고 적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이지요. 그러고 보니 실상은 아이들이 아니라 제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네요. 세상에는 수많은 기술들이 명멸하고 수많은 천재적인 아이디어들이 출몰합니다. 오늘 배운 것이 일주일 뒤에 낡은 것이 될지 모를 세상이지요. 이런 시대에 ‘현재 나의 목표’를 이뤄내는 방법으로 더더욱 그들의 방식이 소중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