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밀려온다.
바위에 부딪혀 깨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내 머릿속의 생각들도 함께 부서진다.
목탁처럼 정신을 두드리는 파도 소리에
나는 비로소 잡생각에서 빠져나와 귀를 연다.
실존한다는 것은
내가 지금 숨쉬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
가끔 내 정신은 아득한 인터넷 세상속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정신을 차려보면 새벽 1시.
지친 눈을 감는다.
머릿속에서는 방금 본 영상이 맴돌고 있다.
다시 한번 파도 소리를 떠올려본다.
철썩- 처얼썩. 휘일척.
흔들리는 것은 파도가 아니라
내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파도마저 내뜻대로 세차게 휘몰아치지 않는다.
그저 자연의 섭리대로 움직일 뿐이다.
나는 무엇에 이끌려
멀고 먼 동해바다까지 왔던가.
답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그래도 한순간이라도
몸과 마음이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속초 앞바다에 실존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