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서 재택근무가 용이한 월세집 구하기
암스테르담으로 온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고, 좀 더 중장기로 머물 집을 찾기 시작한 지는 3주를 꽉 채웠다.
현재까지는 암스테르담에 오래 산 친구의 소중한 공간을 빌릴 수 있던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싱가포르-한국을 거쳐 네덜란드에서 정착하기 전에 몸과 마음의 피로를 잠시나마 내려둘 수 있는 공간에서 나름 편히 지내고 있음에 감사하다.
2020년 초, 싱가포르에서 코로나 판데믹을 온몸으로 마주한 후, 재택근무(Working from Home, WFH)가 기본이 되어버린 지 18개월이나 되어 가다 보니, 나 자신도 모르게 라이프스타일이 "디지털 노마드"화 되어가는 중이다.
나만의 재택근무 가능 조건은 세 가지다. 이 세 가지라면, 업무 성취에 전혀 지장이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하나/ 노트북과 파워 아웃렛
둘 / 지나치게 끊기지 않는 인터넷 (혹은 충분한 DATA Plan으로 Hot spot 테더링 가능한 조건)
셋 / 노트북을 두고 일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그렇게 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곳에서, 이번 4월에 짐 패킹 후, 기본 생활을 위한 캐리어 두 개를 들고 싱가포르 바틀리 콘도 - 싱가포르 클락키 서비스 아파트 - 서울 친정집 - 암스테르담 친구 집을 전전하며 나만의 업무 공간을 꾸리고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11년간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낸 긴 시간이 무색하리 만큼, 몇 개월 동안 새로운 공간을 전전하며 최소한의 것들로도 일 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상황이 참 놀랍다.
한편으로는 이 판데믹을 겪으며 재택근무에 최적화된 자기만의 공간/루틴을 찾아 안정되어 보이는 (화상 회의하며 종종 엿보게 되는) 상태로 얼른 들어가고 싶다는 욕구도 내게 있음을 알아채고 있다.
Home과 House의 뉘앙스와 의미가 사뭇 다르듯, 난 지난 3주간 Home Search에 돌입한 후, 나만의 집 찾기 조건을 세워가고 있다. 최근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암스테르담 렌트 마켓은 속도전이다. 서울에서의 전/월세 살이, 싱가포르에서의 월세살이에 조금은 경험이 있으니 좀 낫지 않을까 싶은 나의 생각은 엄청난 오산이었다.
1. 원하는 지역 정하기: 센터/외곽 - 여기서 우선 예산의 범위가 달라진다.
2. 예산 정하기
- 월세 외에도 건물 유지 관리비 (Service Cost/월)와 Utilities (Gas/Water/Electricity) + City Tax (오물처리 비용 등) 비용을 고려해서, 나만의 Min./Max. 예산을 정해야 한다.
- 여기는 previous year gas/water/elec. consumption based로 그 해의 비용/월 이 정해지고, 추후 meter reading을 다시 해서 추가 charge 혹은 Reimburse 해주는 형태라, 뷰잉 할 때 그 전 세입자가 내던 Utility 비용 물어보는 건 기본 질문이 되었다.
- 모든 공과금 중 가스 비용이 제일 비싸다고 하니, 가스 쿡탑보다는 인덕션이라면 플러스 요인 :)
- 세입자도 예산을 정하지만, 집마다 월세가 본인 Gross monthly income의 30% 미만이어야 한다는 증빙을 해야 하는 것도 기본. (기본적으로 월세 낼 능력이 있는 세입자인가를 판단한다)
3. 집 사이즈 결정하기
- 내가 정한 예산으로는 집 사이즈가 50m2에서 90m2까지 천차만별이다.
- 한국-싱가포르의 집 사이즈로 감안을 했을 때 60-80m2가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내렸다.
4. Shell/Unfurnished/Furnished 조건 설정
- 월세인데도 세입자가 바닥재, 벽 페인팅, 천정 등을 시공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 고려대상X
- Unfurnished인 경우에도, 암스테르담은 fully built-in Kitchen이 기본이다.
(냉장고, 오븐, 쿡탑/인덕션, 식기세척기 - 싱가포르도 식기세척기 빼고는 대부분 기본 옵션이었던 걸로)
- Unfurnished에는 옷장, 세탁기가 포함이 아니다.
(월세 살이하면서 가장 들고 다니기 힘든 Bulky item인데 포함이 아니어서 애를 먹는 중,
반대로 싱가포르는 unfurnished도 붙박이장 or walk-in closet, 세탁기가 거의 기본이었다.)
- Furnished인 경우, 동일한 조건의 집보다는 바로 "move-in"가능한 조건이기 때문에 더 비싸게 월세가 책정되는데, 사실상 동일한 조건의 집이라는 비교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느낀다.
5. 통근 시간 / 위치 결정
- 아직은 주 1~2회 정도 사무실에 출근하지만,
추후 출근 일수가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출퇴근 거리/시간 체크 필수.
- 당분간은 Separate family이기 때문에, 집에만 갇혀있지 않도록 주변 인프라가 편리한 곳을 선호.
- 로컬들은 Cycling time이 중요하지만, 1년 중 날씨가 좋은 날이 15%가 채 안되므로 Public transport가 편리한 위치를 선호.
1단계를 거치며 온라인으로 올라오는 집들을 매일매일 체크하고, 회사에서 연결해준 에이전트와도 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을 어필/의견 교환하는 과정이다. 지난 2주간 내가 원하는 조건 (결정을 바로 할 수 있는 Key criteria)을 확고하게 해가는 과정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 온라인 리스팅이 맘에 들어 연락을 했는데 뷰잉이 밀려 있어 아예 보지도 못하고 포기가 되는 경우
- 마음에 들어 연락도 하고, 뷰잉도 잡았는데 전 날 렌트가 돼버려서 포기가 되는 경우
- 하필 지금이 유럽 휴가 시즌이라 뷰잉 자체가 세입자 휴가 복귀 후에만 가능한 경우 (보지도 못함)
- 뷰잉을 했는데, 생각보다 사이즈가 너무 작거나(공간 활용도까지 떨어지고) 너무 큰 경우 (어떻게 채워야 할지 난감)
- 집 자체는 드림하우스에 가깝게 참 예쁜데, 위치가 헬인 경우 (회사까지 두세 번 갈아타서 가야 하는)
- 동네/집도 너무 예쁜데, 예산에 넘치는 데다 Unfurnished인 경우 등등등
시행착오를 겪었고, 또 한창 겪는 중이다. 내 몸 하나 뉘고, 재택근무할 소박한 공간이 포함된 집 찾기가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온몸으로 절규)
1-2단계가 동시에 진행되며 내 나름의 2.5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믿고 있는 이번 주.
아래의 조건을 충족한다면, 그리고 집도 나를 선택해 준다면 암스테르담에서 나만의 집을 곧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집이 나를 선택해주는 것도 무시 못할 매우 중요한 포인트 - 내 소득/직업/거주조건이 충족되야하고, 나 혹은 나의 에이전트의 Proposal이 집주인 쪽 에이전트의 선택을 받아야 하니깐)
1. 우울한 겨울이 두려운 내게는 "밝은 집"이 최우선 - 동/남향 선호, 하늘이 보이는 큰 창문이 있으면 밝을 가능성 높음, 실내에 이미 설치된 천장 조명도 중요한 조건.
2. 짐에 파묻히지 않을 사이즈의 집 - 거실 제외 / 방 2개 선호 (충분한 스토리지가 있다면 방 1개도 OK), 서울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하며 짐을 대폭 줄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두 명의 신혼살림(매트리스, 주방용품, 이불, 옷가지 등)이 도착해있다. 실용적인 더치들의 집에는 스토리지가 대부분 부족한 편.
3. 햇볕이 충분히 들어오는 곳에 책상 하나 놓을 만큼의 공간이 있는 집 - 별도의 책상 없이 다이닝 테이블에서 근무를 계속했더니 밥 먹는 테이블이 없어진 지 어언 1년이 훌쩍 넘었다. 별도의 방이 있어서 일을 해도 좋겠지만, 거실 한편 햇볕이 충분히 들어오는 곳 / 휴식 공간과는 분리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4. 홈쿡 or 퀵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조건 - 재택 하며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늘었다. 집에서 혼자 해 먹는 시간이 늘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사는지에 대한 관심도 있겠지만, 얼마나 내가 일하는 시간 동안 그동안 살기 위해 허기를 채웠는지/사회생활을 하며 주변 분위기에 맞춰 대충 끼니를 때웠음에 대한 자각이 들었다. 홈쿡을 할 수 있는 홈 키친과 주변에 퀵 테이크아웃을 할 수 있는 neighborhood가 있었으면 좋겠다.
5. "짐/살림"에 추가로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되는 집 - 나는 장소가 어디든 집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애착하는 좋은 매트리스(수면)와 리클라이너소파(휴식)과 함께 Relocation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인 패션(의류)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좋은 세탁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이상한 나의 조건은 집 찾는데 쥐약이다. 매트리스/소파를 데리고 들어가려면 Unfurnished로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옷장, 테이블, 세탁기를 모두 구매해야 한다. 그렇다고 Furnished로 들어가려면 매트리스를 추가로 올릴 수 있어야 하는 사이즈의 베드 프레임이 있어야 하고, 추가 소파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나의 최종 선택 집은 과연 어떤 조건일지 기대가 된다.
이런 장황한 글처럼 집을 찾는 과정이 내게는 꽤나 머리 아픈 제목 중 하나이다. 싱가포르에서 보낸 컨테이너가 로테르담 포트에 도착한지도 3주가 되어간다. 1주일 뒤면 짐 보관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가급적 한 달 안에 이사 갈 수 있는 공간을 부디 찾고, 곧 내 몸/마음 뉘일 공간으로 정착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과연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 나는 어떤 집에 정착하게 될지 매우 기대하는 바로 이 순간,
왠지 기대 이상의 집으로 최종 결정이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