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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인, 셀프시평 #7 절벽

더는 가지 못할 발길의 슬픔과 바람의 등을 타고 가는 마음의 자유가

by 정건우

절벽에 지층의 단면이 생생하다. 드러난 것은 감춰진 것들의 전형典型이다. 억겁의 세월을 거슬러 가면 그 땅은 낙엽이 소복한 평지였을 것이다. 파이고 찢기고 무너지는 동안 길이 없어지고 새로 생겼다. 절벽은 옛길이다. 살아있던 것들이 무수하게 밟고 지나간 발자국이다. 피와 땀과 눈물의 흔적은 그래서 고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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