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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인, 셀프 시평 #6 청사포에서

손바닥에 허옇게 남는 생각의 껍데기

by 정건우 Mar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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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포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달맞이 고개 아래에 있는 작은 포구다. 원래의 한자명은 뱀사蛇자였으나 이름이 험하다 하여 모래사沙로 바꿨다는, 푸른 뱀의 전설이 깃든 어촌 마을이다. 지금이야 오염이 많이 되었지만 예로부터 물색이 맑기로 유명한 곳이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이라 물고기가 풍부하고 풍광 또한 빼어나 주변에 횟집과 카페, 숙박업소가 즐비하다.

       

달맞이 고개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와우산 중턱의 고갯길이다. 굽잇길이 15번 나온다 하여 15곡도라고도 한다. 벚나무와 소나무가 8km나 늘어선 해안도로는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다. 고갯길 꼭대기에 달맞이 동산과 해월정이라는 정자도 있다. 역시 주변의 풍광이 좋아 카페촌, 화랑가,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다. 달맞이길 월출은 대한팔경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와우산 밑을 끼고 동해남부선 기찻길이 휘돌아간다.

     

청사포에는 아름답고 슬픈 전설이 있다. 이 마을에 금실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바다에 빠져 죽자, 그 아내는 해안가 바위에 올라 매일 같이 울며 남편을 기다렸단다. 이를 애처롭게 여긴 용왕이 푸른 뱀을 보내 부인을 동해 용궁으로 데려와 죽은 남편과 만나게 했다는 애틋한 전설이다. 이를 기리는 망부송亡婦松과 해마루라는 정자가 유명하다. 이 졸 시는 그 전설을 기반으로 쓰였다.

     

나는 고등학교를 해운대에서 다녔다. 청사포 해변에서 고향의 파로호 호수를 생각하며 휴일을 주로 보냈다. 청사포 바다만큼 고향의 호수 물색도 참 맑았다. 더는 푸를 수 없는 물색이었다. 무언가가 지극至極에 가닿았을 때, 더는 갈 수 없는 허무의 극한에서 서러움이 몰려온다고 생각했다. 그런 심정 때문이었을까? 말없이 바닷물을 떠서 보면 손바닥에 생각의 껍데기가 허옇게 남곤 했다. 집에 가려고 해운대역에서 원주행 중앙선 기차를 탔을 때, 와우산 아래를 휘돌아 가던 기차 바퀴 소리가 지금도 귀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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