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꼭꼭 감추신 슬픔이라니

by 정건우

고해성사 / 정건우


구순이 되신 십삼 층 할머니

주일 미사에 늦으신지

엘리베이터 서자마자 잰걸음으로 나가신다

지우다 만 입술 루주가

치매로 야위는 왼쪽 턱 아래 발그름하다

겨드랑에 성경책은 간당간당 위태롭다

잘 다녀오시라고 머리 숙이는 순간

사그락사그락 치맛자락에서

화장품과 지린내가 반반씩 섞인 듯한 묘한 냄새가

풍겨오는 것이었다

뒷산에나 가볼까 해서 나섰다가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그렇게 맑고 화사한 한복 안쪽에

꼭꼭 감추신 슬픔이라니

죽음마저 향기로 갈무리해 놓으신 채

할머니, 종종걸음으로 가셔서

어떤 비밀을 고백하시려나

길옆에 산수유 이제 막 피어서 자욱하다

성성하던 목련은 그새 지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