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자吉子

길자는 어디에 있나?

by 정건우

길자吉子 / 정건우

그 골목길은 나래미로

이나 밤이나 그림자가 없었네

어깨 낮은 스레트 지붕들이 어슷비슷 삐져나와

하늘을 꿰매놨기 때문이지

토굴처럼 어둡고 좁은 길을 구십 보쯤 걸으면

쪽문이 상 반쯤 열려 있던 길자네 집

양철판 차양 아래 길자의 빨래가

삼십 촉 열등에 축축 늘어져 눅눅하게 말라가고,

길 넘어 둑방길에 오도카니 앉아서

길자 오기를 세고 있으면

싸르르 풀벌레가 발치에서 울었네

말끝이 고추냉이보다 세 곱절은 더 매웠고

전교 일등 머슴아를 쑥개떡으로 알던

열여섯 살 암팡진 계집애

베니다판 들창에 쪽지를 끼워 놓은 어느 밤

비누냄새 칠갑을 하고 나왔네

첨이자 마지막 입술을 고조곤히 내놓고

어리론가로 가버린 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