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끝까지 읽기

#7, 밤하늘의 등뼈

by 여름지이

이 장은 미신이나 신비주의에서 벗어난 과학 발전사 속의 오류와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이 좀 으스스하다. 왠지 큰 동물의 컴컴한 뱃속에 들어간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옛날 원시공동체인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쿵족’의 별에 대한 생각이 그러했다. 그들이 사는 위도에서는 은하수가 사람의 머리 바로 위에 떠 있다. 그들은 하늘이 거대한 짐승이고 우리는 그 짐승 뱃속에서 산다고 생각했고 머리 위의 은하수는 그 짐승의 등뼈라고. 그래서 은하수를 ‘밤의 등뼈’ 라 불렀다. 은유적이고 재미난 상상이다. 사실, 별이 무엇인가? 란 질문을 아이들에게 했을 때 과학상식으로 무장한 답변보다는 쿵족의 생각 같은 답을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자연과 멀어지고 정서가 메말라 삶이 힘든 현대인들에게는 확실히 그러하다. 상상은 현실(사실)을 떠나 마음의 휴식을 주니까. 하지만 옛날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지금 상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었으니까 그 현실에서 계속 머무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계속 나아가는 존재니까. 그래서 토끼들이 떡방아 짛는 달에도 갔고 탐사 우주선을 띄우는 지금에 이르지 않았나.


은하수가 밤의 등뼈라는 생각에서 조금 나아가면 우리를 둘러싼 어떤 막강한 존재들이 다양한 이름의 신으로 등장한다. 여전히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니 두렵다. 그러다가 2500년 전 이오니아에서 새로운 깨달음의 기운이 일기 시작한다. 섬들을 중심으로 발달한 세계인 이오니아는 비록 고립되고 불완전했지만 다양성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오니아 인들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원리와 힘 그리고 자연의 법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과학이 최초로 탄생하게 된다. 기원전 600년경, 중상주의 배경이 되는 ‘손’을 사용하는 항해사, 농부, 직조공의 자식들이 미신을 배척하고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일들을 해낸다.


하지만 동시에 발전한 노예 경제와 노예제도는 200여 년 후 과학적 사고의 몰락을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육체노동은 노예임을 뜻하고 과학 실험도 육체노동이다. 과학을 할 만큼 여유 있는 계층은 결국 노예주들인데 그들이 뭐하러 힘든 과학을 하겠는가. 또 당장 끌어다 쓸 수 있는 노예의 노동력은 기술 개발의 경제적 동기를 갉아먹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은 예나 지금이나 계속되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엘리트 계층의 경직된 사고는 자유로운 탐구정신이 꼭 필요한 과학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결국 퇴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피타고라스나 플라톤주의자들은 지구가 근본적으로 하나의 행성이라는 사실을 거부하고 우주인으로서 지구인의 위상을 망각한 채 살았다.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은 코스모스가 설명될 수 있는 실체이고 자연에는 수학적인 근본 얼개가 있다고 가르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속에 과학을 하려는 동기를 크게 불어넣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입지를 불안하게 할 소지의 사실들이 유포되는 것을 억압하고, 과학을 소수 엘리트만의 전유물로 제한하고, 실험에 대한 혐오감을 심어주고, 신비주의를 용인하고, 노예 사회가 안고 있던 문제들을 애써 외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간의 위대한 모험심에 큰 좌절감을 안겨주고, 과학의 발전에도 어쩔 수 없는 퇴보를 불러왔다.(p374)


피타고라스 이후 3세기가 지난 뒤 사모스 섬에서 태어난 이오니아의 마지막 과학자 ‘아리스타르코스’는 태양이 행성계의 중심이고 모든 행성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 주위를 돈다고 주장한다. 근대인 크리스티안 하위헌스에 이르기까지 하늘의 별에 대한 탐구가 계속된다. 이젠 밤하늘의 등뼈나 밀키웨이 같은 생각은 사실에서 물러나 낭만적인 상상으로 삶에 지친 우리를 위로해 줄 뿐이다.


새로운 발견이 될 때마다 우주적 관점에서 인류의 지위는 점점 보잘것 없어지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위상을 찾기 위해서는 코스모스를 이해하고 그 세상을 알아내기 위해 나아가야 된다고 칼 세이건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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