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끝까지 읽기

#6,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

by 여름지이

여기서 '여행자'는 1977년, 미국 나사에서 광막한 우주로 떠나보낸 무인 우주선 ‘보이저 1,2호’를 말한다.

목성계 행성을 탐험하는 임무를 맡은 이들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주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다.

지난해 신문기사를 보니, 보이저 1호는 태양에서 220억 km, 보이저 2호는 182억km 떨어진 거리에서 우주를 날고 있었다. 책에서는 21세기 중반쯤에 태양권계(heliosphere)를 넘어설 것이라 했는데 둘 다 이미 경계선에 도달했고, 2018년 11월 5일 보이저 2호는 태양계 바깥의 성간 우주인 인터스텔라에 진입했다 한다.


끊임없이 지속되는 탐험과 발견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뚜렷한 속성 이라는데 지구 탐험을 웬만큼 마친 인간들은 이젠 범선 대신 우주선을 타고 우주 탐험을 나섰다. 오늘날 보이저 우주선의 기원은 17C 탐험선의 직계 후손이라 할 수 있는 네덜란드 과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1629~1695)’의 과학적 전통과 상상력에 있다고 세이건은 말한다. 그의 생각들은 죽기 직전인 1690년경에 <천상계의 발견 - 행성들의 세계, 그곳의 거주민, 식물 그리고 그 생성에 관한 몇 가지 추측>이란 책으로 완성된다.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기 전이라 순전히 관측 사실을 근거로 하였지만 현대 우주론과 맥을 같이 한다.


하위헌스라는 사람은 원래 금수저에 천재성을 갖고 태어난 특출한 사람이었지만 그의 재능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건 그 당시 네덜란드 사회 분위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5c~17경, 인류가 바깥 세계로의 탐험이라는 중요한 전환과 확신을 가질 때쯤, 네덜란드는 어떤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계몽주의 사조를 받아들였다. 결과 합리적이고 질서 정연하며 창의적이 까지 한 사회를 이루게 된다. 온갖 검열로 사상의 자유를 억압받던 당시 유럽 지성인들에게 그 곳은 이상향이라 할 정도로 스피노자, 데카르트, 존 로크... 같은 많은 사상가들의 안식처가 된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던 개방적 사고와 생활양식, 물질적 풍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험과 개척정신은 네덜란드를 진취성과 활력 넘치는 공동체로 만드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다 보니 이웃 나라에서 갈릴레오와 조르다노가 지동설과 다중 세계, 우주 생명 존재라는 엉뚱한(?) 이야기로 핍박받고 있을 때, 네덜란드인 하위헌스는 이들을 지지하면서도 온갖 찬사를 받는다. 얼마나 마음껏 살았으면 “전 세계가 나의 고향이며 과학이 바로 나의 종교이다”라고까지 말했을까. 1655년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발견한 하위헌스의 업적을 기려 1997년 발사된 토성 탐사선 이름도‘카시니-하위헌스’ 호 인걸 보면, 그가 과학사에 미친 성과는 이루 말할 수 없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여행자가 보내온 여행담은 귀가 아니라 눈으로 들려주며(관측된 영상) 상상을 현실화시켰고 우주로 향한 인간 의지와 열정의 원동력 역활을 해왔다. 보이저들이 보내온 목성의 위성인 이오와 유로파,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의 이야기는 하위헌스의 상상과 인간 두뇌의 분석을 기반으로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혹시나 만날지도 모르는 외계 지적 생명체에게 지구의 소리를 들려줄 골든디스크를 싣고서. 지구에서 새로운 세계로 연결해 줬던 수많은 항해처럼 이젠 우주에서 보이저호가, 나아가 미래의 우주 탐사선들이 우리의 지식체계를 흔들어 놓을 것이다...


이쯤 되니 개인주의자 성향에 축소지향적인 난 자꾸 의문이 든다. 화성의 지구화가 석연치 않았던 것처럼, 유럽인들의 항해가 세상의 발견이라는 성과 이면에 얼룩진 식민지 역사가 있었던 것처럼, 우주로의 탐험이 과연 계속 나아가야 할 길일까. 나름의 큰 뜻은 있지만 다른 세계와의 만남은 늘 부담과 위험, 희생이 따랐다. 인류의 역사는 늘 그래 왔다. 어쩌면 지구인의 눈으로는 존재하는 차원이 달라 어떤 지적 생명체도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르고.


보이저 호는 전진에 전진을 거듭해 아마 21세기 중반에는 이 태양권계를 넘어설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다른 항성계에 들어서는 일이 없이 별들 사이에 펼쳐진 무한의 공간을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갈 것이다. 영원히 방랑할 운명의 우주선이 '별의 섬' 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와, 엄청난 질량이 묶여 있는 은하수 은하의 중심을 한 바퀴 다 돌 때쯤이면 지구에서는 이미 수억 년의 세월이 흘렀을 것이다.(P 325)


머지않아 지구와의 인연이 끝나는 보이저 호는 돌아오지 않는 우주의 영원한 방랑자가 되는 것이다. 생명유지, 책임과 의무로 점철된 인간의 삶이 끝나면 우주의 떠돌이 원자가 되는 것처럼.

어쩌면 모두 우주의 방랑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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