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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pr 14. 2024

칸차나부리

오락일까? 노동일까?

Kanchanaburi는 태국 방콕 공항에서 서쪽으로 200 km 쯤 떨어진 지역명이다. 미얀마(버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60% 이상이 산림지역이고, 목재와 사파이어가 특산품이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로 이 지역이 유명해졌다. 지금도 사용되는 콰이강의 다리(물론 복구된)가 이 지역의 거의 유일한 관광상품이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일본군에 붙잡힌 연합군 포로(주로 영국군)들에 의해서 태국과 버마를 잇는 철도의 일부분으로 콰이강에 다리가 건설되었는데, 이 다리 공사 중에 연합군 포로 16,000여 명과 90,000여 명의 아시아 노동자가 죽었다고 한다.(위키피디아) 그래서 유명한 것이다. 10만여 명의 목숨과 바꾼 다리라...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이 지역의 기후와 전염병 때문이다.


태국은 4월이 일 년 중 가장 덥다. 그래서 유명한 태국의 물축제 '송크란'이 4월 중순에 태국 전역에서 열린다. 칸차나부리 지역은 태국에서도 특히 더운 아니 뜨거운 지역이다. 4월의 낮 기온이 40도를 넘나 든다. 칸차나부리가 40도 일 때 방콕은 37도, 파타야는 35도가 보통이다. 이런 칸차나부리에 4월 11일 도착했다. 물축제를 보러 온 것이 아니고 지인들과 골프를 치기 위해서다. 그것도 9박 10일 소위 장박골프를 하러... 미친 거 아냐?


제정신으로는 골프를 칠 수 없는 4월이 칸차나부리 골프관광의 최성수기의 반대인 극비수기다. 그래서 골프장들이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한국사람들을 유혹한다. 성수기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유혹당한 한국사람들만이 이 시기에 칸차나부리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골프장 숙소가 다 찬 것을 보니 성수기 버금간다. 나도 그중의 한 명이다. 일출과 함께 보통 27도에서 골프를 시작한다. 전반 9홀은 그래도 할만하다. 18홀이 거의 끝나는 11시에는 38도가 보통이다. 에어컨 없는 뻥 뚫린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을 먹으며 생각한다.


'내가 지금 치고 있는 골프가 오락일까? 노동일까?'


분명 내 돈 내고 하고 있으니 오락 같은데, 왜 노동하고 있는 것처럼 힘들까?


골프에 한 맺힌 한국사람들 특히 나이 좀 지긋한 어르신 부부들이 많다. 아직 노동해야 하는 젊은 사람들은 이렇게 긴 시간 휴가 내기 쉽지 않다. 오전 시간대는 골프 코스가 좀 붐빌 정도다. 거의 모든 장박골프 손님들이 라운딩을 하니까. 오후 라운딩은 럴럴하다. 그도 그럴 것이 40도의 열기를 버텨낼 체력을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니. 40도를 넘나드는 기온에서 무제한 골프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것이 나를 놀라게 한다.


뷔페식당만 가면 누구나 과식하듯이, 무제한 골프가 포함된 골프관광에서 많은 사람들이 과라운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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