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파타야에서 혼자 골프
Traveller’s Rest Sports Bar에 골프백을 메고 혼자 도착했다. 수완나품 공항 근처 호텔에서 Grab을 이용했다. 시간은 한 시간 반, 가격은 1500 밧.
파타야 근처에 가족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놀이동산과 바다가 있지만, 제법 괜찮은 골프장도 산재해 있다. 골프장이 붐비지 않는다면 외국에서는 혼자 라운딩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예약을 하고 택시나 렌터카를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혼자 하는 것보다는 어울려 하면 더 좋다. '나이스 샷'을 외쳐줄 동반자가 필요하다. 혼자인 골프 관광객을 위해 파타야에서는 오래전부터 Bar system이란 것이 있다.
Sports Bar의 게시판에 매일 다른 골프장이 정해져 있고, 참가를 희망하는 골퍼는 그 밑에 자신의 이름을 써넣으면 된다. 하루 전날 저녁에 인원이 확정되면, 교통편과 조편성이 이루어지고 다음 날 아침에 Bar에서 함께 출발한다. 파타야에는 오래전부터 서양 은퇴 노인들을 위한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져 많은 Bar에서 성업 중이다.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 Traveller’s Rest Sports Bar이다.
Traveller’s Rest Sports Bar 건물의 위층은 숙소로 운영되고 있다. Agoda에서 예약이 가능한데 하루에 500 밧 정도밖에 안 한다. 물론 상태도 딱 500 밧이다. 에어콘, 더운 물 샤워, 깨끗한 침대 시트. Agoda에서 숙소에 대한 정보를 읽다가, 숙소에서 사용가능 언어가 태국어, 영어 그리고 덴마크어라고 쓰여 있다. 왠 Danish?
도큐먼터리 영화 'Heartbound'가 떠오른다. ( https://brunch.co.kr/@jkyoon/679 )혹시 덴마크 남자 닐스가 태국여인 소마이를 만난 곳이 이곳과 관련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5박을 예약했다.
Bar system은 골프장 그린피, 카트비(1인 1카트), 캐디피(1인 1캐디), 부킹비(?), 왕복교통비 및 그날의 경기 참가비(200-300밧)를 당일 아침에 지불한다. 경기는 익숙하지 않은 Stableford point system으로 우승과 준우승을 가린다. 그래서 라운딩은 아주 신중하다. PGA룰이 적용되어 끝까지 퍼팅해야 한다. 오케이니 기브가 없고, 해저드나 OB에 대한 룰도 제대로 지켜야 한다. 물론 골프를 함께 치지만 경기에는 참가 안 할 수 있다. 나처럼 명랑골프하겠다고 해도 같이 라운딩 하는 사람들이 PGA룰을 적용하니 나도 끝까지 퍼팅해야 했다.
아침에 골프장으로 출발 전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Bar에서 비용(보통 2000-3000 밧)을 지불하고, 아침식사들을 한다. 자신의 숙소에서 골프백을 들고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Bar 뒤편에 마련된 락카에서 자신의 골프백을 꺼내온다. 대부분은 서양(?) 노인네들이고, 한국사람과 일본인도 있었다. 거의 매일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파타야 인근 골프장을 섭렵하는 사람들이다. 40명 정도의 골퍼가 참가하는데 바의 골프백 보관함은 무척 많다.
전부 잠겨 있는 많은 골프백 락카를 보며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겼다. 골프백을 남겨두고 잠시 고국에 다니러 갔다가 혹시 돌아오지 못한 사람은 없을까? 본인은 고국에서 사망하여 고국땅에 묻혔는데, 고인의 골프백은 파타야 골프 바의 뒤편 락카 안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