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예약문자가 날아왔다. 그런데 의사명이 '부정맥'이다.
설마 성이 '부'씨고 이름이 '정맥'은 아니겠지.
이름이 없고 병명으로 표시되는 의사는 누굴까?
부정맥이 워낙 환자가 많은 병이라 온갖 검사처방을 날리고, 결과를 판독하여 부정맥을 분류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하는 담당하는 의사에게 넘기는 초진담당 의사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는 아직 정식 발령을 받지 못한 비정규직 의사거나 최고참 레지던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6개월 동안 배드민턴경기를 하고 나서 심장의 두근거림을 두 번 느꼈다.( https://brunch.co.kr/@jkyoon/779 ) 처음은 2시간 정도 후에 안정되었지만 두 번째는 6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갑자기 맥박이 빨라지는 것을 '빈맥'이라고 한다. 운동을 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150회 이상으로 빨라지지는 않는다. 심장이 초당 150회 이상 펌프질을 하며 상당한 시간 동안 지속되는 것은 병이다. 심장박동이 이렇게 빨라지면 혈압이 떨어져 뇌에 산소공급이 안되어 실신할 수 있다.
그래서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에 예약했었다.
두 번째 빈맥이 발생했던 토요일 오후에 시행한 심전도검사 결과지와 안정된 후인 월요일에 시행한 심전도검사 결과지를 가져갔다. 심전도검사 결과지와 증상 설명만으로 아주 젊디 젊은 여의사는 확신에 찬 부정맥 진단을 했다. 상세한 병명은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이란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영어로 줄여서 PSVT(Paroxysmal supraventricular tachycardia)라고 하는 것을 보면 이미 상당히 알려지고 흔한 병이다. 발병 원인 중에 노화가 있다. 그럴 줄 알았다.
빈맥의 재발을 방지하는 치료법으로는 도관을 이용한 절제술(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 : Radiofrequency catheter ablation)을 권하며 바로 시술 날짜를 예약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시술을 무슨 검사하듯이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관을 이용한 절제술(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 : Radiofrequency catheter ablation)은 심도자 검사와 같은 방법으로 심장 내에 여러 개의 전극도자를 넣어, 빈맥의 원인이 되는 부전도로(副傳導路 : accerssory pathway)나 우회로(迂回路 : bypass tract)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내어, 전극도자를 통해서 고주파 전류(radiofrequency energy)를 주는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그 자리에 열이 발생하게 하여 빈맥의 원인이 되는 병소를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완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법은 이 시술에 숙달된 전문가가 있는 심장센터에서만 시행할 수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정보]
망설이는 나를 보더니, 자주 발생하지도 않고, 운동 후에만 나타났고 여섯 시간 정도 지속되다가 사라졌기에 일단 더 지켜보자고 한다. 그러면서 발살바법이란 것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라고 했다. 빈맥이 발생했을 때 발살바법을 본인이 시행하면 심장이 빨리 정상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하면서...
발살바법(Valsalva maneuver) 또는 발살바 호흡은 강제호기(날숨)를 통해 인체의 기압을 조절하거나 혈압과 맥박을 안정시키는 처치법으로, 의학 및 스포츠과학 분야에서 널리 이용된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해부학자인 안토니오 발살바(Antonio Valsalva, 1666-1723)가 귀에서 고름을 빼낼 수 있는 방법을 찾던 도중에 고안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숨 막고 바람 불기', '귀 압력 빼기'등의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후두개와 성대 사이의 성문(glottis)으로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①손가락 등으로 코를 막고 숨을 내쉬거나, ②손가락 없이 후두개를 닫은 채로 횡격막을 움직여 공기를 빼내는 동작을 하는 것이다. 머리 방향으로 압력이 가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귀에서 '착' 소리가 나면서 막히는 느낌이 들면 성공한 것이다. 용어는 다소 생소할 수 있어도, 실생활에서 모든 사람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하고 있는 동작임을 알 수 있다. 엘리베이터로 높은 곳과 낮은 곳을 오가거나 비행기가 상승, 하강할 때, 높은 산을 오르내릴 때 경험하는 귀가 막히는 현상을 인위적으로 하는 셈이다. [나무위키]
발살바법은 숨을 들이쉬고, 코를 손으로 막아 숨을 내쉬는 상태로 수초 간 참다가 내쉬는 동작을 말한다. 스쿠버다이빙에서 귀의 압력차를 없애는 이퀄라이징 동작과도 같다. 이 방법은 순간적으로 혈압을 상승시켜 이상 박동을 하는 심장에 일종의 충격을 주어 정상박동으로 되돌리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빈맥이 나타났을 때 먹을 약을 처방해 줬다. 인데놀정 10mg인데 무려 28알이나. 심박동수 및 심근 수축력을 감소시켜 심장의 부담을 줄이는 약이라고 한다. 그리고 6개월 뒤에 다시 보자고 했다. 보기 직전에 심전도검사실에서 검사받고 오란다.
인데놀정 28알을 한 번에 삼키면 심장이 천천히 뛰다가 멈추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나 검색해 보니 280mg 같고는 그럴 가능성 없어 보였다.
빈맥이 발생하여 심장이 제대로 펌프질을 못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실신할 수 있다고 한다. 소위 심장마비가 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심장의 박동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제세동기(Defibrillator)다. 제세동기(除細動器)란 것은 세동을 제거하는 기계라는 것이다. 세동이란 박동이 너무 빨라 떠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자동으로 작동하는 제세동기는 AED(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라고 하며 흔히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는 응급의료장치이다.
심장마비가 왔던 사람이나 빈맥의 발생이 자주 심하게 오는 사람은 삽입형 제세동기를 심장 부근 피부 밑에 설치하여 심장마비를 방지할 수 있다. 삽입형 제세동기(ICD, Implantable Cardioverter Defibrillator)는 부정맥을 감지하고 필요할 때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을 정상 리듬으로 되돌리는 의료기기다.
심실성 빈맥에 돌연사의 위험이 있다고도 하고 없다고도 한다. 돌연사(突然死, Sudden Death)란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던 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또는 짧은 시간 내에 의식을 잃고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급사(急死)라고도 한다.
건강수명을 다한 어르신은 갑자기 가시지도 않거니와 갑자기 가셔도 돌연사는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혹 급하게 가셔도 '자연사'라고 봐야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