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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페페 Oct 15. 2020

사회와 맞지 않는 젊은이*

[까칠한 페페씨의 생활의 발견] - 14

남자는 한국사회와 맞지 않는다. 미국에서 그대로 살고 싶었다. 그 남자의 아내는 미국에 적응하지 못했다. 반드시 한국에 살아야 한다. 여자를 사랑하는 그 남자는 그래서 한국에 살기로 결심했다. 

그 사회에 그 조직에 그 모임에 딱 들어 맞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히 노력할 필요도 없이 그저 자신으로 있으면 되는. 그 모임이 그 조직이 그 사회가 요구하는 그런 언어 생각 모습을 갖추고 있다. 물 속의 물고기다. 

딱 들어 맞지 않는 이들이 있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그러하지만 누가 봐도 그런 이들이 있다. 그 사람이 못나서도 노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사각형이 원에 맞추는 것처럼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 선택은 두 가지다. 최대한 맞는 곳을 찾아 떠나든가, 원 안에서 사각형으로 살아 가던가. 


원 안의 사각형은 어느 날 생각한다. 나는 완벽한 원이 될 수 있어. 노력하면 될 수 있어. 자 비어 있는 그 곳을 최대한 채워보는 거야. 억지로 구겨 넣은 모서리들에 부하가 걸린다. 이게 아니다 싶다. 그래서 사각형은 마음을 고쳐 먹는다. 단시간에 원이 되려는 건 건방진 생각이었어.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원들을 닮아가며 살아가자. 하루하루 규칙적인 시간들이 흘러가던 어느 날 사각형은 생각한다. 나 잘 살고 있는 거지. 그럼 그럼. 만족하며 사는 삶이 어디 있겠어. 원래 삶은 그런 거야. 견디면서 사는 것. 다른 원들처럼 원이 되지 못한 건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원 안에서 살아갈 수 있으니 다행이잖아. 

규칙적인 시간들이 다시 흘러 간다. 어느 날 사각형은 사각형이 지나가는 것을 본다. 사각형 그대로, 원에 둘러 싸이지 않은 사각형. 저 사각형은 원 없이 어떻게 살아온 거지? 원 없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 왔을까. 지나가는 사각형이 원 안의 사각형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와 특이한 사각형이다. 당신은 원이예요 사각형이예요. 난 사각형이야... 아닌가. 음... 난 원 안에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각형이란다. 네 그렇군요. 


물 속의 물고기는 본성대로 헤엄치며 살아가면 된다. 헤엄에서 1등인 물고기가 어느 날 나무타기 시합에 물고기 대표로 나갔다. 상대는 나무타기 실력이 보통인 원숭이. 나무타기 예선에서 평범한 원숭이에게 패한 물고기는 분루를 삼키며 연습에 몰입한다. 저 정도 원숭이에게 지다니. 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야. 1년이 지나서 다시 시합에 나갔다. 물고기는 다시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승부에 진 것이니 어쨌든 원숭이를 억지로라도 존경하며 따라 해 보기로. 그의 밑에서 나무타기 연습에 매진한다. 규칙적인 시간이 흐르고 흘러 물고기는 약간은 나무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래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 

어느 날 원숭이 선생님들이 물가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었을 때 물고기는 끌리듯이 물가로 나아갔다. 물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그러나 물을 떠난 지 오래되어 두려움이 몰려 왔다. 이때 예전 물고기 동료들이 나무타기 물고기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우리의 챔피언이었던 그가 여기 있다. 이제는 나무타기도 챔피언이 되었겠구나. 물고기는 생각했다. 이대로 물로 돌아갈 수는 없어. 난 헤엄치기도 나무타기도 다 해낼 거야. 마음을 다잡는 순간 급격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사회와 맞지 않는 이들이 있다. 

최대한 맞추는 노력을 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과 딱 맞는 곳을 찾아 헤맬 것인가.

어떤 경우든 내가 물고기인지 원숭이인지는 알아야 할텐데.


*Bertrand Russell의 글에서 제목을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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