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캐나다 연방정부 예산안
2024년 캐나다 연방정부 예산안이 발표됐다.
캐나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약 530억 달러의 추가 예산을 배정함으로써, 주택문제 해결에 85억 달러, 국방력 강화에 81억 달러, 장애인 혜택에 61억 달러, 건강보험 플랜 개선에 15억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적자가 예상된 가운데 추가 예산 지출을 발표한 정부는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을 통해 새로운 수입을 창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무려 400 페이지가 넘는 예산안 전문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예산안의 요약은 다음과 같다.
챕터 1 - 주택 문제 해결 방안
챕터 2 - 건강보험, 장애인 혜택 등의 복지 강화
챕터 3 - 식품비, 통신비, 은행 서비스 비용 등 절감
챕터 4 - AI, 스타트업 등의 투자를 통한 경제 성장
챕터 5 - 안전하고 건강한 커뮤니티 조성
챕터 6 - 교육, 대출지원 등을 통한 원주민 지원
챕터 7 - 국방 안전 등을 통한 캐나다 국민 보호
챕터 8 - 공정한 세금 정책
이중 몇 가지 주요 안건을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정부는 오랜 기간 문제가 되어 온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31년까지 약 390만 가구를 새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 사용하지 않는 연방 사무실을 주택으로 전환
- 캐나다 우체국, 국방용 건물 등을 민간용으로 재개발
- 새 주택 건설 적극 지원
이전 글에도 썼듯이, 지난 몇 년간 캐나다는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의 수를 주택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 가장 큰 원인인데, 문제 해결이 시급한 만큼 이번 예산안에서도 가장 큰 예산이 할당됐다.
2023년 2월, 캐나다 정부는 이미 향후 10년간 헬스케어 시스템 개선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이번 2024 예산안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추가로 약속했다.
- 피임약 무상 공급
- 당뇨 환자에 인슐린 등 무상 공급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뭐니 뭐니 해도 바로 양도 소득세율 인상안. 지난 몇 년간 계속 말만 많던 양도 소득세율 인상이 결국 결정된 것이다.
새로운 예산안에 따르면, 2024년 6월 25일부터는 부동산, 주식 등에서 발생하는 양도 소득 (Capital gain)의 과세 비중이 현재 50%에서 3분의 2로 늘어날 전망이며 개인은 연간 25만 달러 이상, 기업은 모든 양도 소득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단, 다음의 경우에는 여전히 면세 혜택 유지됨
- 주거주지 매매 시 발생하는 양도소득
- RRSP, TFSA, FHSA 등에서 발생하는 소득
- CPP를 포함한 연금 소득
우선 이 변화로 실제로 내야 하는 세금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 아래 시나리오를 통해 알아보자.
지훈은 몇 년 전 미분양으로 가격이 떨어졌던 한강뷰 아파트를 15억 원에 분양받았다. 입주 후 집값이 많이 올라 2024년 6월 집값은 20억으로 뛰었고, 지훈은 더 좋은 집으로 가기 위해 집을 팔고 나왔다.
재용은 지훈의 추천으로 같은 시기 같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그런데 2024년 7월 갑자기 급전이 필요해 재용 역시 20억 원에 집을 팔았다.
둘 다 5억 원의 양도 소득이 생겼지만 지훈은 양도 소득세법이 바뀌기 전, 재용은 바뀐 후에 팔았다.
자, 두 사람의 양도 소득세는 어떻게 될까?
가정:
둘 다 한강뷰 아파트 외에도 다른 집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훈과 재용 모두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자로 2024년 BC주 최고 세율은 53.5% (연방 세율 33.0% + BC주 세율 20.5%)
먼저 지훈은 5억 원의 양도 소득 중 50%인 2억 5천만 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며 세율 53.5%를 적용하면 총 1억 3천4백만 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재용은 첫 2억 5천만 원까지는 50%, 나머지 2억 5천에 대해서는 3분의 2가 과세 대상이며 따라서 총 2억 9천만 원에 해당하는 양도 소득에 53.5%의 세율을 적용해 1억 5천6백만 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재용은 지훈보다 단지 한 달 늦게 집을 팔았을 뿐인데, 2천2백만 원의 세금이 추가로 징수됐다.
양도 소득세율 개정안을 두고 현재 캐나다에서는 엄청난 비난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Tax the rich" 다시 말해 부자에게 세금을 징수한다면서 사실상 모두에게 적용되는 세법이 아니냐는 거다.
하지만 정부는, 캐나다에서 세금 신고를 한 총인구 약 3157만 명 중 2850만 명은 양도 소득이 아예 없고, 300만 명은 2억 5천만 원 미만의 양도소득이 있으며, 오직 0.13%에 해당하는 약 4만 명만이 이번 세법 개정에 큰 영향을 받는 그룹이 될 것이라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다시 말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는 있지만 사실상 이 변화로 의미 있는 타격을 입게 될 사람은 오직 소득 수준 상위 1% 미만의 극소수라는 점이다.
(저... 한마디만 더 해도 될까요? 소곤소곤)
이 글을 쓰기 전에 많은 뉴스와 유튜브 정보를 찾아봤고, 여러 뉴스를 읽었다.
충분히 납득될만한 여러 우려와 밝지 않은 캐나다의 투자 전망 등에 대해서 논하는 사람도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마저도 "우리 엄마, 노후자금으로 임대 주택 하나 마련했는데 이제 그거 팔아도 세금 더 내게 생겼다", "평생 벌어서 별장 하나 장만했는데 세금을 더 내라는 게 말이 되냐", "부자한테 세금 징수한다더니 정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등 너무나 근시안적이고 다소 유치하기까지 한 비판을 쏟아내는 것에 꽤나 실망스러웠다.
평생에 한두 번도 아니고, 매년 2억 5천만 원 이상의 양도소득을 얻는 사람이 대체 몇 %나 될까. 다시 말하지만 근로소득, 사업소득, 연금소득 등은 해당사항이 없으며, 주거주지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 역시 제외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
국가의 예산안을 두고 논의를 하는 자리에 한 분야의 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면 최소 팩트에 기반한 논리와 더 큰 그림을 보는 거시적인 안목을 보여주길 기대했던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사진 출처: unsplash.com
자료 출처: Budget 2024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