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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Sep 09. 2024

회계사가 되고 행복하지 않았다 (상)


2018년 11월 30일,

CPA 최종시험 합격 발표가 있던 날이었다.


'오전 7시 발표'

하지만 나는 7시가 넘도록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행여나 합격자 리스트에 내 번호가 없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그대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마음을 졸이길 10여분...


띵! 하는 소리에 핸드폰을 슬쩍 보니, 회사 선배한테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Congratulations!"


내 수험번호를 알고 있던 선배가 나보다 먼저 결과를 확인하고 문자를 보내준 것이었다.


그제야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침대에서 뛰쳐나와 컴퓨터를 켜고 합격자 리스트에 있는 내 수험번호를 확인했다. 이미 알고 있는데도 내 번호를 찾는 그 몇 분이 얼마나 떨리던지.


기쁨의 눈물인지 안도의 눈물인지 모를 눈물이 앞을 가리는 와중에, 회사에 가서도 내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을 남편이 생각나 그에게 제일 먼저 전화했다.


Honey, I passed!!




회사에서는 합격자를 위해 샴페인을 땄다. 그날 하루만큼은 합격자인 우리가 주인공이었다. 스파 이용권, 축하 카드, 샴페인과 함께 이천불의 축하 보너스가 든 봉투까지 선물로 받았다.


CFE 합격자를 위해 회사에서 준비해 준 선물


이날을 위해 얼마나 달려왔던가. 너무나 기쁘고 후련하고 스스로가 대견하고 또 대견했다.


하지만 그렇게 행복하기만 한 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떠한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 사람은 마치 한 마리의 경주마 같다고들 한다. 옆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골인점만을 보고 달리는 것, 그게 그 경주마가 낼 수 있는 최선이기에.


저 끝에 감히 다다를 수나 있을까, 중간에 포기하면 이도저도 아닌 일이 되는 건 아닐까 여러 고민과 걱정을 안고 꾸역꾸역 오르다 보니 어느새 희미하게 빛이 보였고, 합격자 발표날은 마치 그 높디높은 산의 정상에 마침내 오른 기분이었다.


하지만 탁 트인 하늘과 상쾌한 공기에 취해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자 내 앞에 있는 다른 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출처: unsplash.com


수많은 다른 봉우리들, 그것들은 내 것보다 높거나 컸고, 흐드러지게 꽃이 피었거나 나무가 울창했으며, 다들 어찌나 화려한지 그런 산들에 비하면 내가 서 있는 이 산은 한없이 초라하고 별 볼 일 없이 느껴졌다.


그때부터였다,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기 시작했던 게.




*이어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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