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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발레 선생님 엉덩이를 만졌다

by JLee


만져 보라고 내미는 선생님이나

쭐래쭐래 다가가서 만져 보는 학생이나


어느 하나 정상이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요상하고 야릇한 일조차 허용되는 곳.


그곳은 바로 발레 스튜디오.



취미발레 4년 차,

여전히 매 수업시간 그녀의 몸을 샅샅이 훑는다.


갈비뼈는 어떻게 모으는지, 골반은 어떻게 세우는지, 팔은 어떻게 뻗고, 시선처리는 어떻게 하는지를 보는 것으로도 모자라, 선생님 어깨, 팔, 겨드랑이, 엉덩이, 허벅지, 무릎, 종아리, 심지어 발가락까지 위아래 꼼꼼하게도 훑는다.


제 엉덩이 좀 만져 보세요.


보여주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싶은 날은 본인의 엉덩이나 허벅지를 직접 만져보라며 권하기도 하는데, 이는 업할 때 엉덩이에 어떻게 힘이 들어가는지, 턴아웃할 때 허벅지와 무릎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유니버설발레단 '더 발레리나' 공연 장면


어릴 때부터 발레리나의 몸으로 다져진 전공생들의 세계에 감히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성인이 되어 취미발레로 이 세계를 접한 사람들의 열정도 못지않게 뜨거운 곳.


그 발레 스튜디오에서는 많은 것들이 용납되고 이해된다. 남의 몸을 훑고 만지는 이 모든 행위들조차도.


선생님도 처음에는 그런 시선들이 편치 많은 않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학생들이 너무 빤히 자기 몸을 쳐다보는 게 불편하게 느껴졌던 새내기 선생님 시절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자기를 향해 쏟아지는 레이저마저도 그들의 열정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그 눈빛이 그저 예쁘다고 했다.


Two Dancers Resting by Edgar Degas


발레는 우아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악 소리를 내며 스트레칭을 하고, 끙끙대며 코어운동을 하고, 암기력이 안되면 눈치라도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복잡한 순서의 바 운동까지 마치고 나면, 마지막으로 센터로 나와 다양한 동작의 춤을 춘다. 우아한 백조를 꿈꾸지만 현실은 찰리채플린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발레를 한다.


뒤뚱대고, 엉키고, 때로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아도, 그 속에는 누군가의 오래된 꿈, 지친 하루의 위로, 그리고 나를 향한 작은 응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무대 위가 아니어도, 거울 앞에서 묵묵히 나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이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며, 땀과 열정이 가득한 이곳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사진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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