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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장 헤어&메이크업 후기

by JLee


저란 사람, 원체 손재주 따윈 없는 사람이에요.


15년째 똑같은 색깔의 아이섀도와 블러셔만 가지고 하는 화장, 발전이라곤 1도 없는 화장, 하지만 코로나 후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그 단조로운 화장마저도 할 일이 없어 선크림만 하나 달랑 바르고 다닌 지 5년째.


머리도 제대로 만질 줄 몰라 그 흔한 고데기 한번 써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그 유명한 망한 고데기짤


얼마 전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어요.


내 결혼식도 아닌데 오버하는 건가 싶어 어떻게든 직접 해보려고 했는데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검색해 보니 헤어 스타일링은 $50-$90, 메이크업은 $120-$250 정도로 적지 않은 가격이었음에도, 고민 끝에 결국 후기가 좋은 분을 한분 섭외하기로 했습니다. 본인 샵이 없는 프리랜서라 200불에 직접 출장까지 오는 조건으로요.



헤어 & 메이크업 당일


별다른 요구 사항은 없었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해 달라는 부탁만 했어요. 전문가니까 알아서 해주겠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제 실수였을까요?



저는 이런 자연스러움을 원했던 거거든요.


물론 이 사진을 보여줬다고 해서 제가 윤아가 되고 고윤정이 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레퍼런스 삼을만한 사진 한 장 보여주지 않고 생전 처음 보는 이에게 무턱대고 얼굴을 맡긴 건 제 크나큰 불찰이었습니다.


오우! 너 피부가 참 좋구나! 칭찬하길래 난 또 좋다고 웃고 있었지.

눈 화장 하면서 Beautiful~ 또 이것저것 하면서 Wow, stunning! 계속 감탄하길래 난 진짜 내가 엄청 예뻐지고 있는 줄 알았지.


그렇게 30여분, 다 끝났으니 거울 한번 보고 오라는 말에 방에 들어와서 거울을 본 순간!


으악! 이게 뭐야!


1. 갈매기 눈썹 (색도 엄청 진함)

2. 뒷부분만 강조한 이상한 아이라인

3. 떡진 마스카라

4. 두꺼운 기초화장

5. 꽃분홍 볼터치

6. 짝짝이 입술


진짜 어느 것 하나 부자연스럽지 않은 게 없고, 촌스럽고 이상한데 완성도마저 떨어지는 총체적 난국.


우와- 비슷한 사진 발견!!


저.. 저기여…
이거 Natural look이 아닌 것 같아요ㅠㅠ


어머, 고객님, 이거 엄-청 Natural 한 거예요.
제 눈엔 너무 예뻐요. 골져스!



결혼식 시간은 다가오는데 이제와 어쩔 도리가 없을 것 같아, 볼터치만 조금 약하게 지우고, 짝짝이 입술만 수정해 달라고 한 뒤 그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잽싸게 나름 손을 봤어요. 일단 제일 큰 문제였던 눈썹부터 지운 후 다시 그리고, 마스카라 떡진 것도 좀 만지고, 오버립도 수정하고 나니 그나마 좀 제 얼굴 같더라고요.


참고로 헤어도 만만치 않게 엉망이었지만, 제 얼굴을 본 후로 이미 멘털이 나가 있던 때라 뭔 정신으로 계속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맘 같아선 사진 한 장도 남기고 싶지 않았는데, 친구 결혼식날 그럴 수 있나요? 그렇게 또 제 흑역사 하나가 생성됐습니다. 흑흑ㅠㅠ


여러분, 혹시 캐나다에서 메이크업받으실 일 있다면 미리 잘 알아보고 하세요.


안 그러면 저처럼 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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